한화, 김승연 회장앞에서 숨막히는 올인작전

기사입력 2012-05-16 21:51



숨막히는 '잠실대전'이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 두산의 경기는 보이지 않는 이유로 그들만의 대접전이었다.

선두 자리를 지키고 싶은 두산은 그렇다치자. 특히 한화는 더 간절했다. 전날 어이없는 대역전패로 충격이 컸다. 안그래도 부담스러운 복수전을 해야 할 판인데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까지 잠실구장을 전격 방문했다.

아무리 시즌 초반 최하위 팀이라고 하지만 이른바 '회장님' 보는 앞에서 더이상 약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 그래서 한화에서는 경기 내내 전운이 감돌았다. 천신만고 끝에 6대4 재역전승을 이뤄내기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릴 만점의 영화같았다.

한대화 감독 필승의지를 예고하다

한대화 감독은 이날 말을 아끼려고 했다. 전날 경기에서의 어이없는 패배에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선수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김 회장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해 "어제같은 경기는 보여드리지 말아야 하는데…"라고 말했을 뿐 애써 담담한 표정이었다. 가급적 혼자 있고 싶어했다. 편도선이 부어서 말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지만 김 회장의 방문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듯 했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이대수와 이여상을 2군으로 내리고, 백승룡과 하주석을 1군으로 올리는 긴급처방을 내렸다. 이대수와 이여상은 붙박이 주전이었다. 한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 저지른 실책때문에 문책성으로 2군으로 내린 것은 아니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은 의도가 더 컸다. 그만큼 필승의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호환마다보다 무서운 실책에 또 울다


한화의 시작은 좋았다. 3회초 2사 1, 2루 상황에서 김태균이 선취점 적시타로 물꼬를 텄다. 이어 최진행과 고동진이 연속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3-0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5이닝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벌인 선발 양 훈의 호투까지 가세해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실책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전날 5개의 결정적인 실책으로 패한 망령이 살짝 되살아난 것이다. 그것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공포의 6회를 넘기지 못했다. 6회말 1사 1, 2루에서 두산 임재철이 평범한 3루수 땅볼을 쳤는데 이여상 대신 출전한 오선진이 1루로 악송구를 하는 바람에 1점을 헌납했다. 이후 연이은 희생플라이와 적시타로 순식간에 3-3 동점. 전날의 악몽이 떠올랐다.

김 회장 도착 이후 불타오른 필승의지

김 회장은 회사업무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7회말 두산 선두타자 최준석이 들어섰을 때 도착했다. 김 회장은 이날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오연천 서울대 총장을 비롯한 서울대 교수 100여명을 경기장에 초청했다. 지난해 8월 7일 LG전에서 "김태균 잡아올게요"라고 화제를 뿌린 이후 첫 경기장 나들이였다. 한화 임직원 7000여명도 함께 했다. 한데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고. 김 회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땅볼을 잡은 오선진이 또 1루에 악송구를 했다. 한 감독이 황급히 마운드로 올라와 내야수들을 모두 집합시켜 놓고 한동안 조언을 했다. 보기드문 장면이었다. 그만큼 한 감독은 절박했다. 결국 오선진의 실책은 3-4 역전을 허용하는 빌미가 됐다. 그러나 승부는 그때부터였다. 한화 덕아웃은 미국무성 펜타곤의 상황실을 연상케하는 분위기로 돌변했다. 한 감독은 좀처럼 자리에 앉지를 못했다. 8회초 선두타자 김태균이 볼넷을 골라나가자 대주자 백승룡으로 교체했다. 김 회장이 "잡아오겠다"며 애정을 표시한 김태균을 끌어내리는 모험을 단행한 것이다. 결국 모험은 통했다. 이어진 1사 1, 2루 오선진의 좌전 안타때 상대의 포수 실책을 틈타 동점에 성공하더니 포수 이준수의 2타점 안타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준수는 이틀 연속 송구 실책을 한 정범모의 땜질용으로 투입한 무명이었다. 한화의 '올인' 작전은 9회 4번 타자 순서때 마무리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가 타석에 들어서는 장면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했으니 빚어진 희귀한 광경이었다. '야왕' 한대화는 이날 승리를 위해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 그래서 더 진땀났다.
잠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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