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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최고타자'의 모습이 나온다."
지난 4월27일 인천 SK전에서 시즌 5호 홈런을 때려낸 이후 이승엽은 19일 동안 홈런과는 담을 쌓은 채 지냈다. 그 동안 이승엽은 꾸준히 안타를 생산해내며 3할6푼의 타율을 유지했지만, 어딘가모르게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타격 장면만 봐도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몸쪽 공이든, 바깥쪽 공이든 높낮이에 상관없이 가볍게 툭툭 공을 맞히는 스윙이 나왔다. 워낙에 선구안이 좋고, 콘택트 능력이 뛰어나 이런 타구는 쉽게 안타로 이어졌는데 이런 모습은 온몸을 이용해 공을 멀리 보내던 예전의 이승엽과는 전혀 달랐다.
이유는 왼쪽 어깨 통증 때문이었다. 이승엽은 일본 오릭스 시절인 지난해 8월6일 지바 롯데전에서 파울 타구를 잡으려다 넘어지면서 왼쪽 어깨를 다친 바 있다. 이때 생긴 어깨 통증은 올해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시즌 5호 홈런을 치고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인천 SK전을 마친 뒤에는 "왼쪽 어깨에 통증이 있어 완전한 스윙이 나오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명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3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서는 통증이 심해 선발 명단에서 빠진 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상태를 체크하고, 통증 완화 주사까지 맞았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통증 치료를 병행하면서 하체를 이용해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홀로 연습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가 바로 27일의 '밀어친' 홈런이다.
아시아홈런왕 시절의 타법이 다시 나온다
이승엽의 밀어치는 홈런을 바라보는 김성래 수석코치는 '이제 됐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김 수석은 28일 "시즌 6호 홈런은 하이볼을 밀어친 결과물이다. 원래 그런 공은 홈런타자들이 밀리는 듯 쳐도 끝에 임팩트가 살아있으면 홈런이 잘 나오는 코스다. 어제 이승엽은 몸이 앞쪽으로 쏠리지 않은 채 무게 중심을 받쳐놓고 공을 쳤다. 투수 쪽으로 몸이 쏠리면 그런 홈런은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87년과 93년 홈런왕을 두 차례 차지했던 김 수석은 이승엽의 그간 홈런 침묵을 바라보며 느낀 바가 크다고 한다. 홈런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대해 이승엽이 스스로 노력해나가는 모습에서 "내가 오히려 배우고 있다"고 까지 말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나와 특타를 하면서 계속 '허리가 들어가야 하는데…'라고 자신의 타격폼을 면밀히 체크하더라. 결국은 하체의 이용에 답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 김 수석은 그래서 "역시 이승엽이 최고타자다"라고 감탄사를 내놓았다.
기술적으로 이승엽은 이미 정점에 오른 선수다. 어깨 통증이 생겼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어깨와 팔이 같이 도는 이른바 '통짜스윙'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통짜 스윙'에서는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러나 시즌 6호 때는 상하체의 밸런스가 맞아 떨어지면서 마치 빨래를 비틀어 짜듯 어깨와 팔의 각도가 이상적으로 교차됐다. 김 수석은 "어깨 통증이 사라지니 상체의 스윙과 허리의 밸런스가 확연히 좋아졌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좋은 타구가 나올 것 같다"고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