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야수 전업이 어려운 이유

기사입력 2012-05-18 13:03


SK 정상호가 13일 넥센전서 1루수로 나서 투수의 견제구를 받아내는 장면.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SK 이만수 감독이 포수인 정상호를 1루수로 기용하는 것을 포기했다.

지난시즌 내내 안방을 지켰던 정상호에게 1루를 맡긴 것은 부상에서 회복중인 박경완과 FA로 영입한 조인성을 모두 기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전지훈련부터 조인성과 정상호에게 1루 수비훈련을 시켰고, 연습경기에 나란히 1루수로 내보내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었다. 조인성보다는 정상호가 1루 수비를 더 잘해 정규시즌 때도 기용할 생각을 가진 이 감독은 지난 13일 인천 넥센전서 조인성을 포수로 앉히고 정상호를 1루수로 내보냈다. 당시 실수를 하지 않아 이 감독은 왼손 선발투수가 나올 때 정상호를 자주 1루수로 기용할 생각을 했지만 정상호가 1루에 부담을 느껴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포수가 야수로 변신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일이다. 외야수로 활약중인 이택근은 입단 초기까지 포수를 했었고, LG 최동수도 포수로 입단했다가 야수로 보직을 바꿨다. 홈런 1위를 달리는 강정호도 고등학교 때 포수와 유격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었다. 물론 포수의 야수 전과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조인성 정상호 뿐만 아니라 롯데의 홍성흔도 그랬다.

보통 야수 전업은 비교적 수비 부담이 적은 외야수나 내야수 중에서도 가장 적다고 하는 1루수로 한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야수변신에 실패하는 경우 대부분 포수만 전문으로 했던 선수가 그렇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포수를 한 선수라면 야수로 나갈 때 시야가 완전히 바뀐다. 포수는 타구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보는데 야수는 반대로 타구가 자신에게 오게 된다. 180도 바뀐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실상 야구를 처음하는 것과 다름없다.

예전엔 투수가 던지는 공이나 야수의 송구를 받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젠 타구를 받는다. 처음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빠르게 오는데다 불규칙 바운드가 생기기도 한다. 외야수는 타구 방향 판단도 쉽지 않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외야수를 했던 선수보다 반응 속도가 느리고 그러다보니 잡을 수 있는 공도 못잡기도 한다. 또 외야 수비는 자칫 한번의 실수가 큰 점수로 연결될 수 있어 부담이 크다. 또 1루수의 경우 이 감독은 "예전에 1루수를 봤는데 공이 자주 오지 않아 심심하더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송구를 하는 상황은 별로 없지만 예전보다 왼손 타자들이 많아 타구가 많이 가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자리다.

타격도 그렇지만 수비도 자신감이 중요하다. 그래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롯데 홍성흔은 2009년 처음 1루수로 전업을 시도했을 때 딱 한차례 1루수로 선발출전한 적 있었다. 당시 수비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고, 홍성흔은 "1루수비를 하는데 너무 떨렸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본인이 자신감이 떨어지자 당시 로이스터 감독도 결국 홍성흔 1루 전업을 포기하고 지명타자로 앉혔다. 지난해 양승호 감독 부임으로 이번엔 외야수 변신을 했고, 실제로 시즌 초반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지만 어이없는 실수가 잦았고 이에 대한 스트레스로 타격까지 좋지 않아 양 감독도 홍성흔을 지명타자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이번 정상호도 곧바로 1루로 나갔다가 부담을 가득 안은 케이스다.

절실함도 보직 변경 성공의 필수조건 중 하나다. 보직 변경은 대부분 자신의 포지션에서 자리를 잡지 못할 때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더 잘하는 선수가 주전으로 뛰는 한 자신에게 차례가 오긴 힘들다. 그러다보니 자리가 날 것 같은 야수로 눈을 옮긴다. 이택근의 경우 1루수, 3루수까지 다 해보고 마지막으로 외야수로 승부를 본 케이스다. 그러나 베테랑 포수의 경우 포수로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남아 있고, 충분히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보니 주위에서 추천하는 보직 변경이 마음에 와 닿지를 않는다. 보직 변경을 했다가 좋지 않을 때 곧바로 자신의 원래 보직을 생각하게 된다. 홍성흔도 지명타자로서 자신보다 나은 타격을 하는 선수가 없었고, 정상호도 여전히 좋은 포수로 평가받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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