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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전이 끝난 뒤 박찬호는 장외에서 눈치 빠른 센스를 발휘했다. 전날 구단주 자격으로 잠실구장을 방문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박찬호는 구단 프런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방송 인터뷰에서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이었다. 박찬호가 이날 두산전에서 승리하게 된 숨은 비법같았다. '회장님의 기를 팍팍 받아서 잘 던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회장님 경기장에 자주 오셨으면 좋겠네요.' 이런 요지의 내용이었다.
특히 선수단 행렬을 돌며 악수를 나누던 중 박찬호 차례가 되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여러차례 덕담을 했다. 김 회장은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산다)의 각오로 우승하자"며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이 과정에서 기를 받았다고 생각한 박찬호는 이튿날 승리까지 챙기고 나서야 김 회장의 방문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회장님의 기를 받아서 선수들이 힘을 내고 있으니 앞으로 경기장을 자주 방문해서 많은 격려를 해달라'는 메시지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박찬호이기에 가능한 넉살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7일 잠실 LG전을 방문한 이후 이번에 9개월 만에 야구장을 다시 찾았다. 김 회장이 지난해 야구장을 방문한 것은 2003년 올스타전 이후 8년 만이었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이번 두산전 방문은 이례적으로 잦은 행보였던 셈이다. 박찬호는 이런 김 회장에게 더 자주 와달라고 초청했다.
야구를 통한 그룹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선수들은 사기를 얻고…. 김 회장과 선수단 모두 손해 볼 게 없다는 걸 잘 아는 박찬호다. 역시 지능적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