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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LG 유니폼을 입어 행복합니다."
이런 그가 'LG맨'이라 행복하다 말한다.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넘어선 최동수에게 다시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하루하루는 소중하다. 19일 잠실 두산전. 최동수는 0-0으로 팽팽하던 3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스리런포를 날렸다. LG로 돌아온 올시즌 1호 홈런이자, 4대0 영봉승을 이끈 결승포였다.
최동수는 무려 745일만에 LG 유니폼을 입고 잠실 홈팬들 앞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2010년 트레이드되기 전, 마지막 홈런 역시 두산을 상대로 기록했다. 5월5일 어린이날 빅매치에서 잠실 만원관중 앞에서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LG 역시 트레이드로 최동수를 보낸 게 못내 아쉬웠다. 이적 후 그의 모습을 보니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다른 이들의 본보기가 되는 최동수의 꾸준함은 '모래알'이란 오명을 달고 살던 LG엔 반드시 필요했던 요소였다. 결국 지난해 11월 말 LG는 2차 드래프트에서 최동수를 지명했다. 젊고 활용도가 높은 야수를 데려올 것이라 믿은 모두의 예상을 깬 깜짝 지명이었다.
당시 현장에서 만난 LG 백순길 단장은 "은퇴만큼은 LG에서 시켜주고 싶었다. LG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선수생활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였다. 또한 최동수는 확실한 즉시전력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최동수처럼 팀에 중심을 잡아줄 고참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에서 보여주는 성적 외에 경기 외적으로도 팀 전력에 플러스 효과를 기대했던 것이다.
마치 그동안 빼놓고 살았던 장기 하나를 이식받는 듯 했다. 최동수는 우리 나이로 42세임에도 젊은 선수들과 똑같이 뛰면서 전지훈련 참가를 위한 체력테스트를 통과했고, 전훈 내내 엄청난 운동량을 보였다. 지금도 지치지 않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체력은 피나는 노력으로 만든 것이다. 지금도 잠실구장에 가장 먼저 나와 운동을 시작하는 이들 중 한 명이 최동수다.
하지만 최동수는 최근 잇따른 수비 실책을 범하며 고개를 숙였다. 게다가 실책이 승패와 직결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함께 1루를 지키는 '작은' 이병규(배번7)가 잠시 2군으로 내려가면서 혼자 수비를 도맡다 발생한 일이다. 의기소침해질 수 있었다.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타석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안되기에 그렇게까지 무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팀에 미안한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수비하는데 문제는 없는데 순간순간 판단 미스가 나와 팀의 흐름을 끊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 뒤로 수비에서 빠졌어도 아쉬운 건 없다. 내 자리에서 역할을 조금이라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그동안의 설움을 날려버린 홈런포였다. 게다가 LG에서, 잠실구장에선 745일만이다. 감회가 남달랐을 터. 최동수는 경기가 끝난 뒤 "맞는 순간 '넘어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사실 여러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그런 건 없었다"며 "그래도 잠실의 LG팬들 앞에서 홈런을 터뜨려 너무 좋았다. 말로 설명못할 그런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데뷔한지 어느덧 18년이 지난 고참 중의 고참, 최동수는 행복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내 시작은 LG였다. 다시 돌아와 너무나 행복하다. 고참으로서 내 역할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 같아 즐겁다." 역시 최동수는 그 누구보다 확실한 'LG맨'이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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