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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어울리는 옷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리즈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갔다온 뒤 팀의 마무리로 낙점됐다. 결정이 늦게 난 것은 경기조작 파문 등으로 시련을 겪으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리즈 역시 캠프 때까지만 해도 선발로 준비하다 귀국 직전 마무리 이야기를 들었다. 급박했지만, LG엔 다른 대안이 없었다. 후보군에 들었던 다른 투수들의 구위는 마무리를 맡기엔 조금 부족했다.
160㎞의 강속구를 던지는 마무리. 탐이 날 수 밖에 없다. 지난 시즌 11승(13패)을 올린 검증된 선발투수를 뒤로 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리즈의 강속구는 마무리로서 매력적이었다. 또한 보통 투수들은 선발보다 단시간에 힘을 집중해서 사용하는 중간계투로 나올 때 구속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리즈는 구속 저하 없이 꾸준히 160㎞를 찍을 것 같았다.
사실 지난해부터 리즈는 빠른 공 하나만을 가진, 전형적인 '돌팔매형' 투수였다. 국내무대에 입성한 뒤 투수코치의 지도로 변화구를 다듬고, 투구폼에 수정을 가했을 정도로 미완성형 투수였다. 리즈는 "선발로 던질 땐 꼭 스트라이크로 넣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은 없다"며 "자신감 측면이 마무리를 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이다"라고 말했다. 영점 조절에 신경을 덜 써도 되고, 던지다 보면 영점이 잡히는 선발로 돌아온 리즈의 기분은 아마 천국에 온 것 같았을 것이다.
게다가 리즈는 외모와 달리 수줍음이 많고, 착한 심성을 가진 외국인선수다. 포수 심광호의 증언이 떠오르기도 했다. 심광호는 얼마 전 "리즈는 마운드에서 신이 나야 잘 던지는 스타일이다. 등판 전에 일부러 장난치고, 재밌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그날 공이 좋다"고 했었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긴장감을 갖고 등판해야 하는 마무리는 처음부터 리즈에게 맞는 옷이 아니었다. 리즈는 경기 전부터 자기 기분을 한층 끌어올려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한다. 흥이 나지 않는다면, 자기가 가진 공의 70~80%도 못 끌어내는 투수다.
리즈는 "1이닝을 짧게 던지면 모두가 더 빠른 공을 던질 것이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모든 게 내 멘탈 문제"라고 했다. 자존심 강한 다른 외국인선수들과 달리, 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팀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마음씨 하나만은 강속구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리즈는 이제 곧 투구수 100개를 넘긴다. 선발의 기본인 6이닝-100개가 눈앞이다. 19일에도 차명석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르자 "더 던질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본인도 의욕이 넘친다. 남은 시즌, 제 옷을 찾은 리즈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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