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돌풍의 원동력, 강진 포비아가 뭐지?

기사입력 2012-05-24 14:36


23일 벌어진 LG-넥센전. 8회 이택근에 이어 연속타자 홈런을 터트린 넥센 박병호가 더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전남 강진하면 떠오르는 몇가지 이미지가 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 다산초당으로 기억될 것이다. 야구인들에게 강진은 넥센 히어로즈의 2군 구장이 있는, 바로 그곳이다.

넥센이 2012년 프로야구 초반 '돌풍'을 넘어 '태풍' 수준의 강도로 야구판을 뒤흔들고 있다. 23일 현재 21승1무14패. 창단 5년 만에 처음으로 1위(개막 후 30경기 이상 치른 시점 기준)다. 재벌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기업구단과 달리 히어로즈는 야구 전문 기업이다. 기업구단 운영비의 50~60% 정도인 200억원(추정)을 쓰면서도 1위를 달리고 있으니 이변이라고 할만 하다.

올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넥센 돌풍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 역설적인 가설도 있다. 바로 넥센 2군 효과다.

넥센에는 지난 겨울 영입한 이택근과 김병현 외에 이렇다할 스타가 없다. 최근 강정호 박병호가 부각되고 있으나, 강정호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것이고, 박병호는 사실상 이번 시즌이 첫 풀타임 시즌이다. 지난해보다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이들에게 강진은 아주 특별한 곳이다. 2군 선수들이 풍부한 경험을 쌓아 1군 무대에 서고 있다. 올시즌 유한준과 장효훈 등이 2군에 머물다가 1군으로 승격했다.

"다시 강진에 가고 싶지 않다."

2군을 경험한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물론,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1군에 있고 싶어하지 2군행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넥센 선수들의 1군 집착 강도는 다른 구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강진 포피아'라고 할 만큼 2군 공포증이 있다.


23일 LG를 꺾고 8연승을 내달리며 1위에 오른 넥센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넥센을 제외한 7개 구단은 연고지 인근 지역에 2군 구장과 클럽하우스를 갖고 있다. LG는 경기도 구리, 두산은 경기도 이천, 삼성은 대구 인근 경산, 롯데는 경남 김해, KIA는 전남 함평이 2군 연고지다. 하지만 넥센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서울 목동구장에서 넥센 2군 구장이 위치한 강진군 도암면 학장리 베이스볼파크까지는 394km, 자동차로 5시간 30분 거리다.

거리도 거리지만 야구 외에 따로 할 일이 없다. 외진 곳에 있다보니 별다른 유흥시설도 없다. 선수단 전원이 합숙을 하며 야구만 해야 하는 분위기다. 양승관 감독이 지휘하는 넥센 2군은 훈련 강도도 8개 구단 최고 수준이다.


넥센의 한 코치는 "열흘 정도 강진에 있으면 머리가 멍하게 된다. 워낙 할 게 없다보니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 아마 선수들 모두 2군 탈출을 열망하고 있을 것이다"고 했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은 2008년과 2009년, 2년간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써왔던 경기도 원당구장을 사용했다. 원당구장 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옛 현대그룹 계열사 하이닉스의 채권단이 매각에 나서면서 2010년 강진으로 2군을 옮겼다. 내년 2월 28일까지 계약이 돼 있으며, 매년 경기장과 숙소 사용료로 4억6000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넥센 관계자는 "원당 시절에는 서울이 가까워 선수들이 합숙생활을 했다. 강진으로 2군 연고지를 옮긴 뒤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강진 2군 구장 환경이 2군 선수들뿐만 아니라 1군 선수들에게도 동기유발 효과가 있다. 부진하면 코칭스태프로부터 바로 2군행 지시가 떨어질 수 있다. 1군에 남기 위해 피말리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