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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은 27일 넥센전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41경기 만에 결장했다. 김태균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결장한 것은 2009년 8월 4, 5일 이후 근 3년 만이다.
당시 김태균은 몸에 맞는 공으로 인해 통증이 가시지 않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빠졌다. 이번에는 특별한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몸살 증세 때문이다.
하지만 몸살의 원인이 흔한 감기가 아닌 피로누적이라는데 한 감독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 감독은 5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김태균이 너무 힘들겠다. 불쌍하다"는 말을 자주 내뱉었다. 국내 유일한 4할 타자(4할3푼5리)로 역대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지만 열악한 팀 사정 때문에 '외로운 강타자'로 버텨오다가 결국 쓰러진 것이다.
한 감독은 "김태균을 쉬게 해주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너무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얻은 몸살이라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태균의 몸살은 한화의 애처로운 현실이 만들어낸 악재였다.
불쌍한 강타자였다
한 감독은 "김태균은 예상보다 훨씬 잘해주고 있다. 그에게 기대했던 홈런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절대 말 할 수 없다.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태균은 타율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홈런은 5개로 공동 10위다. 홈런 선두 강정호(14개)에 비해 차이가 크다. 당초 김태균이 복귀했을 때 홈런에 기대감이 컸지만 이제는 마음을 비울 수 밖에 없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동안 한화는 팀타율에서 부러움을 살 만했지만 사실 영양가는 없었다. 28일 현재 평균 팀타율이 2위(2할7푼3리)인데 반해 득점권 타율에선 전체 6위(2할7푼7리)에 그치는 기록이 이런 현실을 잘 말해준다. 시즌 초반부터 변하지 않는 최하위의 팀 성적이 말해주듯이 여유있게 승리하는 상황도 거의 없었다. 김태균으로서는 어떻게든 살아나가기 위해 아둥바둥할 수 밖에 없었다. 한 감독은 "당겨주고 받쳐주는 팀 배팅이 원활하지 않으니 김태균으로서는 공을 맞히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것이 김태균은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율이 4할7푼8리로 이 역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처지에서 부담없이 한방을 노린다는 건 과욕이 된다. 지난 25일 넥센전에서 김태균은 의미있는 도루를 했다. 4-4이던 연장 10회 고의4구로 나간 뒤 후속타자때 슬라이딩으로 2루를 훔쳤다. 이 도루는 결국 5대4 결승 득점의 발판이 됐다. 이전에 무관심 도루 1개를 기록했던 그가 이번엔 제대로 큰맘 먹고 몸을 던진 것이다. 오직 승리를 위해서였다. 타율 최고의 타자라는 명성 뒤에 김태균은 득점 찬스 1개라도 더 만들고 싶어 맞히는데 급급했고,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더 피곤해졌다.
만날 서있어야 했다
"수비할 때 서 있는 것도 피곤한데, 출루하고나서도 서 있는 경우가 많으니…." 한 감독은 김태균의 피로누적 원인을 꼽으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한 감독은 김태균이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횟수를 늘려서 체력안배를 해주고 싶었다.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것만 해도 커다란 체력비축이 될 뿐만 아니라 수비부담을 덜면 장타에 대한 여유도 생긴다. 하지만 김태균의 1루를 대신할 상황이 여의치 않다. 장성호는 어깨 수술로 인해 2차 스프링캠프 도중 합류했다. 장성호가 1루를 맡아줄 시간을 더 주고 싶지만 행여 무리하다가 어깨 통증이 재발하기라도 하면 더 큰 화가 된다. 그나마 또다른 1루수 대체요원 정원석은 시즌 초반 외야 수비를 하다가 손가락 탈골 부상을 하는 바람에 7월까지 복귀가 불투명하다. 김태균이 올시즌 40경기에서 지명타자로 출전한 게 9차례 밖에 안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1루 수비하느라 체력 소비가 만만치 않은데 타자로 나와서도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김태균은 타율이 좋은 만큼 출루율에서도 독보적인 1위(5할4푼5리)다. 하지만 잔루 45개로 가장 많다. 타점은 공동 5위(30개)로 타율에 비해 좋은 편인데 득점에서는 공동 17위(21개)로 떨어지고 만다. 그 만큼 출루는 했지만 헛심만 쓰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증거다. 한 감독은 "루상에서 견제구에 죽지 않기 위해 신경전을 벌여야 하고, 후속안타를 기다리며 극도의 긴장을 유지하다가 결국 홈을 밟지 못하고 들어오는 허탈감은 말도 못한다"고 했다. 야수로든, 타자로든 늘 서 있기만 해야 하는 김태균은 다리가 아파서라도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