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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존재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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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의 가세 효과를 가장 뚜렷하게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성적이다. KIA는 이범호가 합류하기 전날인 지난 5월16일까지 12승2무14패로 승률 4할6푼2리(7위)를 기록했다. 팀타율은 2할4푼4리로 8개 구단 최저타율이었다. 득점(116점)과 장타율(0.342)역시 가장 낮았다.
승률보다 더 두드러진 변화는 공격의 질이 향상됐다는 점. KIA는 이범호 합류 이후 10경기에서 팀타율이 무려 3할6리까지 치솟았다. 이전보다 6푼2리가 올라 8개 구단 중 최강이다. 장타율도 4할로 올라 전체 3위를 기록 중이고, 득점(51점)은 넥센(54점)에 이은 2위다. 전반적으로 타선의 힘이 정교해지면서 강해졌고, 이로 인해 보다 쉽게 많은 점수를 뽑아냈다는 뜻이 된다.
이 기간에 이범호는 타율 3할7푼8리(10경기, 37타수 14안타)에 2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잘 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충분한 성적이지만, 한편으로는 KIA의 막강했던 상승세를 '이끌고 갔다'고 표현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이범호는 그저 최선을 다해 자기의 몫을 해냈을 뿐이다.
이범호가 가져온 타겟분산의 시너지 효과
그렇다면 KIA의 뜨거운 상승세는 과연 어디서 유발된 것일까. 해답은 이범호의 '꾸준한 활약'에 있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게, 또 그렇다고 너무 평범하지도 않게 이범호는 모처럼 돌아온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이름값을 해줬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점이 팀을 살리는 효과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가장 큰 시너지 효과는 상대 투수들의 '타겟'이 분산된 것이다. 이범호가 합류하기 이전까지 KIA타선은 상대 투수들에게 전혀 압박감을 주지 못했다. 톱타자 이용규가 부진했고, 4번의 중책을 맡은 최희섭은 상대의 집중견제와 겨울 훈련의 부족으로 인해 점점 지쳐갔다. 타선 가운데에서는 김선빈과 안치홍, 김원섭 정도가 3할 이상을 기록했을 뿐인데, 이들은 파괴력이 낮은 타자들이라 상대 투수의 입장에서는 '그냥 한대 맞는다'라는 정도의 무게감밖에 주지 못했다.
그래서 선동열 감독도 이범호의 복귀를 앞두고 "일단 범호가 돌아오면 상대투수들에게 위협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 것이다. 그 예상대로 이범호는 충분히 상대 투수들에게 위협적이었다.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한 이범호는 정면으로 붙기 껄끄러운 타자로 인식됐다. 그러면서 KIA 타선을 상대하는 투수들의 머리속은 점차 복잡해져갔다.
이는 KIA 타자들에게는 역으로 호재가 됐다. 특히 4번의 부담감을 혼자 떠 안았던 최희섭은 체력안배와 더불어 상대의 집중견제를 벗어날 수 있었다. 타순이 조정 등으로 부담감을 덜어낸 최희섭은 보다 편안하게 스윙을 할 수 있었고, 이는 정확성의 증대로 이어졌다. 최희섭은 이범호 복귀 후 10경기에서 무려 3할9푼3리(28타수 11안타)에 2홈런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