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김승회를 두산 '5선발'이라고 평가절하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날 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에이스의 포스'가 느껴졌다.
'김병현 점핑'을 연상케 하는 '나몰라라 피칭'의 힘
김승회는 이날 7이닝 동안 단 3안타만 내주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삼진 3개를 잡는 동안 볼넷을 단 한개도 허용하지 않는 절정의 제구력도 과시했다. 게다가 7회를 마칠 때 투구수는 겨우 90개 밖에 되지 않았다. 이닝당 13개 미만으로 막아냈다는 뜻이다. 이 기록은 '특급 에이스'들이 낼 수 있는 수치다. 이전까지의 김승회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발에 적응하기 시작한 투수가 7차례의 선발 등판 중 절반이 넘는 4경기에서 개인 최다이닝인 7이닝을 소화했다는 것은 그에게 '이닝이터'로서의 자질이 엿보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쉽게 이닝을 채울 수 있던 비결은 바로 온 힘을 타자와의 승부에 쏟아붓는 '나몰라라 전력투구'에 있었다. 김승회의 투구폼은 독특하다. 주자가 있든 없든, 타자에게 전력 투구를 한 뒤 몸이 1루쪽으로 완전히 엎어져 버리면서 왼발을 축으로 펄쩍 뛰어오른다. 타구가 자신의 정면으로 올 경우 '제5의 내야수' 기능은 사실 속수무책이 된다.
그러나 이 투구폼이 갖고 있는 장점은 명확하다. 온 힘을 실어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산 전력분석팀의 유필선 과장은 "마치 과거 김병현이 메이저리그 시절에 공을 던진 뒤 펄쩍 뛰어오를 때의 원리라고 보면 된다. 용수철을 압축하듯 온 힘을 집중해 공에 실은 뒤 던지고 나면 몸이 그렇게 튀어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김승회는 주무기인 직구와 포크볼의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었다. 이날 90개의 공 중에 직구를 47개(138㎞~144㎞) 던졌고, 포크볼을 22개(125㎞~132㎞) 던졌다. 제 1, 2구종으로 대부분 타자와 승부했는데, 직구로 볼카운트를 잡고 포크볼로 결정을 짓는 패턴이었다. 유 과장은 "김승회의 직구는 구속이 빠르지 않아도 볼끝이 매우 좋다. 포크볼의 위력 자체는 평범하지만, 이 직구로 인해 더 좋아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오늘은 특히 포크볼이 낮게 제구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두산이 얻은 두 소득, 보물 김승회와 최단기간 50만 관중
김승회가 이렇듯 뛰어난 이닝이터로서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서 두산은 상위권 재도약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됐다. 5선발이 이만큼 해주면 감독의 입장에서는 투수 운용이 한결 편해진다. 다른 팀의 입장에서는 5선발을 만난다고 하면 다소 쉽게 생각하고 들어올 수 있는데, 김승회가 이날같은 피칭을 이어가면 8개구단 5선발 중 최강일 수 밖에 없다. 상대 에이스와 붙어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두산에 생길 수 있다.
또한 이날 두산은 2만3285명의 관중이 입장하면서 홈 22경기 만에 누적관중 51만3244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4경기를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홈 8연패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변함없이 응원했다는 것은 두산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는 다시 기운을 내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또 다른 에너지 공급원이 된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