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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상박'은 그저 고사성어에 그칠 뿐이었다. 호랑이는 용 앞에 서면 작아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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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팀에게 이틀 연속 영봉패를 당했다는 것은 2연속 영봉승을 따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보기 드물고, 치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KIA는 이 특이한 경우를 2001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름을 바꾼 이후 정확히 세 차례 당했다. KIA에 이런 치욕을 안겨준 상대가 바로 SK였다. 유일하게 SK하고 맞붙었을 때만 타선의 득점력이 침묵한 것이다.
첫 번째 케이스는 2002년 5월 10일~1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경기였다. 주말 3연전이었는데, KIA는 금요일(10일)에 0대14로 크게 진 뒤 다음날에도 0대4로 패했다. 이어 2010년 4월 27일~29일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때는 광주 홈구장에서 열린 주중 3연전이었다. 화요일(27일)에 윤석민과 카도쿠라의 선발 대결이 펼쳐졌는데, 6회까지 0-0으로 맞서다 7회 1사 후 윤석민이 3연속 안타를 포함해 4안타로 3점을 내줬다. KIA 타선은 카도쿠라(6이닝)-정우람(1⅓이닝)-이승호(1⅔이닝)로 이어지는 SK 투수진으로부터 7안타 4볼넷을 얻어냈으나 1점도 뽑지 못해 0대4로 패했다.
역사를 되짚어봐도 KIA는 유독 SK전에 보기드문 졸전을 펼친 셈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무엇보다 빈약한 타선의 득점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안타는 또박또박 치는데, 이를 응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올해 KIA는 팀 득점(174점)이 8개 구단 중 가장 적다. 득점권 타율(0.269)도 7위에 그친다. LG가 2할4푼으로 가장 낮은 득점권 타율을 기록 중인데, 팀 득점(201점)은 KIA보다 24점이나 많다. 때문에 KIA 선동열 감독은 "팀 득점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기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또한 SK전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개막전에서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KIA 타선은 기선을 제압당했다. 늘 SK를 만나면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오히려 위축되는 모습이다. 반면, SK는 상대적으로 'KIA한테는 자신있다'며 달려든다. 이런 차이가 이틀 연속 영봉패의 참극을 빚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