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사례로 본 '애버리지'의 위력, 무서움

최종수정 2012-06-13 10:59

LG 이병규는 '애버리지'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타자다. 이병규가 지난 1일 잠실 한화전에서 5회에 한일 통산 2000안타를 기록한 뒤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프로야구를 취재하다 보면 가끔 겪게 되는 일이 있다. A라는 팀이 B라는 팀과 만나는데 B팀의 선발투수 C가 최근 3연속 승리를 기록했다. "이 상황에서 C를 만나게 됐으니 쉽지 않은 승부가 되겠네요"라고 물으면 A팀 코치들은 "C의 애버리지가 있는데, 지금쯤이면 한번쯤 질 때가 됐다"고 답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그날 경기에서 C가 부진하면서 A팀이 손쉽게 승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여러번이다.

이게 바로 '애버리지'의 무서움이다.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는 팀당 133경기의 긴 여정이다. 하루하루의 흐름만 놓고 보면 느슨하고 또한 언제 변화가 일어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일주일 혹은 2,3주간의 의미있는 단기 흐름에선 언제든 상황 변화가 일어나는 게 프로야구다. 그러면서 모두가 '본래 자신의 몫'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병규, 애버리지를 찾는 과정

본래 야구에서 애버리지는 타율을 뜻한다. 지난 5월9일 현재 LG '큰' 이병규의 타율은 1할7푼9리였다. 도무지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개막전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리면서 힘차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그후 종아리 근육 부상을 하면서 시즌이 헝클어졌다.

본래 30대의 타자가 종아리를 다치면 허벅지 부상 보다 더 안좋은 케이스로 분류된다. 보름간 라인업에서 사라졌던 이병규는 4월26일 넥센전부터 복귀했지만 좀처럼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팀의 첫 민선 주장을 맡은 뒤 스트레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즈음 LG 김기태 감독은 "이병규는 걱정 안 한다. 애버리지가 있는 선수니까 결국엔 본인의 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97년 데뷔한 이병규의 통산 타율은 올시즌을 포함해 12일 현재 3할1푼2리다. 시즌 타율이 2할7푼9리로 내려간 적도 있지만, 이병규는 3할 타자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여겨진다. 이병규의 애버리지는 3할이라는 게 긴 시간을 통해 입증돼온 셈이다.

슬금슬금 안타수를 늘리기 시작한 이병규는 6월 월간 타율 4할을 치면서 시즌 타율을 2할8푼9리까지 끌어올렸다. 김기태 감독의 말대로 돼가고 있다.


애버리지 자체를 바꿀 수 있다

거꾸로인 케이스도 얼마든지 있다. 어떤 타자가 개막후 눈에 띄게 향상된 실력을 보이면서 약 보름간 좋은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치들은 "야구는 애버리지다. 지금 좋지만 근본적으로 기량이 향상된 건 아닌 것 같다. 조만간 수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렇게 된 사례가 부지기수다. 애버리지의 힘은 무섭다.

중요한 건 애버리지가 늘 고정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애버리지 자체가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도 있다.

넥센 투수 김영민이 흥미로운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영민은 지난해까지 한시즌에 50이닝 이상을 던진 경우가 없었다. 앞선 4시즌에서 합계 5승에 그쳤던 투수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지난달 10일 선발로 전환한 뒤 3경기에서 연속 승리투수가 됐다. 3경기 합계 20이닝에서 2실점이었으니 어마어마한 성적이었다.

그즈음 김영민에 대해 현역 지도자들에게 질문했더니 "애버리지가 있는 투수인데 지금 호투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이젠 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4번째와 5번째 선발 등판에서 김영민은 부진을 보인 끝에 연속 패전투수가 됐다. 여기까지는 애버리지의 법칙에 지배된 상황이다.

가장 최근의 김영민은 목동 LG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다시 좋아질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5월 중순의 모습을 되찾아 꾸준히 유지한다면, 내년 시즌에는 김영민의 이름에 뒤따르는 애버리지 자체가 상승할 것이다. 애버리지가 높아지면 상대 타자들에게도 껄끄러운 상대로 인식되면서 또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 넥센과 LG가 팀의 애버리지 자체를 끌어올리기 위해 엄청난 버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넥센의 애버리지는 최근 몇년간 6~8위, LG의 애버리지는 지난 9년간 5위 이하였다. 롯데는 '8888577'로 상징되는 21세기 첫 7년간 애버리지가 많이 깎였지만, 최근 4년간 상승된 대표적 케이스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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