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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안 맞고 피하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됐죠."
하지만 이날은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올시즌 확 달라진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다시 과거의 '볼-볼' 하던 그 유원상이었다. 유원상은 올시즌 직구-슬라이더의 투피치 투수로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0㎞대 중후반의 묵직한 직구를 기본으로 140㎞를 넘나드는 고속슬라이더 만으로도 효율적인 승부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날 유원상에겐 직구가 없었다. 총 19개의 공 중 4개만이 직구였다. 자신감 있게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꽂던 그 모습이 사라지고, 슬라이더와 커브 만으로 승부하려 했다. 하지만 SK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 가까이 들어오는 변화구에 속지 않았고, 비슷하게 들어오면 커트해냈다. 이는 상대가 타이밍을 맞추도록 도와주는 것 밖에 안된다.
김기태 감독은 유원상의 피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투수와 타자가 만나면 투수가 이길 확률이 높다. 물론 직구로 부딪혔을 때 얘기다. 지난 겨울부터 강조한 부분인데 투수는 자기 직구가 통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섰을 때 변화구로 승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감독은 유원상이 최근 슬로커브를 던지는 데 맛을 들이는 모습을 봤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차라리 잘 됐다. 한 번 무너지는 경험도 해야 한다. 금세 좋아질 것"이라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지난 겨울 유원상의 보직 전환을 이끈 차명석 투수코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차 코치는 "투수에게 가끔 그런 날이 있다. 특별히 안 좋았다기 보다 귀신에 홀린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수에게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돌파구가 있냐는 질문에는 "어떤 공을 던져도 맞는다면, 피하지 말고 스트라이크존에 넣어서 부딪히면 된다. 그걸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김 감독과 비슷한 견해였다.
유원상은 김 감독에게 "이번 달에 줄 점수는 어제 모두 줬다"고 말했다. 이 한 마디에 둘 모두 웃을 수 있었다. 투수에게 직구가 최고의 무기라는 것, 굳이 코칭스태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본인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새긴 것 같았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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