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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할 타율은 왜 그토록 힘든 일일까.
이종범, 83% 시점까지 4할을 지켰다
백인천 이후 가장 늦게까지 타율 4할을 지켰던 선수가 바로 최근 은퇴한 이종범이었다. 이종범은 94년 타율 3할9푼3리에 196안타를 기록했다. 타율 4할과 200안타에 모두 도전했던 엄청난 사례였다.
한화는 57경기를 치렀다. 김태균은 56경기까지 4할을 지켰다. 이종범 케이스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한시즌 133경기 가운데 약 42% 시점까지 4할을 기록했다는 것 자체로도 대단한 일이다. 물론 향후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 이종범도 당시 7월말까지 3할9푼대로 내려갔다가 8월4일 경기서 5타수 4안타를 치면서 4할2리로 점프했었다.
3타수 1안타, 타자들에겐 꿈의 기록
어떤 타자가 한 경기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고 가정하자. 보통의 경우에 그냥 단독으로 수치만 놓고 보면 별볼 일 없는 기록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바로 이 3타수 1안타는 타자들에겐 꿈의 수치다.
김기태 감독은 최근 "선발라인업에 고정되는 타자는 하루에 보통 4타석 정도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런데 한타석 정도는 볼넷을 얻고, 나머지 타석에서 3타수 1안타를 치면 타율이 3할3푼3리가 된다"고 말했다.
두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타율 3할이라는 게 머리속 계산으로는 별 게 아니라는 것이다. 3타수 1안타를 매일 치다가 어쩌다 하루쯤은 안타를 못 쳐도 3할 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아주 간단한 기록이다. 그런데 '3할 예술'이라는 표현이 있다. 정말 많은 선수들이 경기를 뛰지만, 한시즌 끝나고 3할 타율을 기록하는 선수는 몇 안된다. 상상만 할 때는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3타수 1안타를 꾸준히 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김기태 감독이 설명한 셈이다.
얼마 전에도 모 팀의 선수로부터 들었다. "솔직히 팀이 져도 그날 내가 2안타를 치면 경기후 주차장에서 시동 걸면서 씨익 웃게 된다. 그게 타자들의 근본 속성이다." 2안타를 친 날은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다. 어쩌다 3안타 이상을 치면 그건 '곗돈 탄 날'이 된다.
A급 투수들에게도 꾸준히 쳐야 한다
많은 강타자들이 실은 A급 투수들에게 강한 건 아니다. 그들이 A급 투수들에게서 안타와 홈런을 뽑아내기도 하지만, 타격에서 좋은 수치를 기록할 수 있는 주요 이유는 바로 B급 투수들의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홈런과 타점은 B급 투수들을 상대할 때 나온다. 강타자들 역시 좋은 선발투수나 상대 필승조 불펜투수들에겐 안타 하나 뽑기 어려울 때가 많다.
바로 여기에 4할 타율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3할 타율도 힘들긴 하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면, B급 투수들에게 잘 치면서 얻을 수 있는 기록이다. 꾸준하게 하루에 안타 하나씩 치면 되니까. 그런데 4할 타율은 얘기가 달라진다. 2안타를 친 경기가 대부분이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상대 A급 투수들에게도 꾸준하게 안타를 뽑아내야 한다. 그게 쉽지 않다. 단기간에 컨디션이 좋을 때는 몰라도 시즌 내내 A급 투수 상대로 좋은 타격을 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타격코치들이 이렇게 설명한다.
일단 타율이 4할 언저리에서 유지되고 있으면 상대 투수들이 어떻게든 외곽 제구를 하려고 노력한다. 점점 더 도망가는 피칭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야 하니 이 또한 4할 타율 유지가 어려운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팀이 성적이 좋고 득점 루트가 다양하다면, 이럴 경우 강타자는 편안하게 승부하며 볼넷만 많이 얻어도 된다. 하지만 팀성적이 나쁠 때는 중심타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하기 때문에, 상대가 도망가는 피칭을 해도 타자는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