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의 기다림' 박준서 "요즘 행복합니다"

최종수정 2012-06-18 13:38


롯데팬들은 17일 넥센과의 경기를 지켜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시즌 전천후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박준서가 홈에서 상대 포수와 충돌해 응급차에 실려갔기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갈비뼈가 부러졌을 것"이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검진 결과 다행히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주치의로부터 기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12년 만에 꽃 피운 야구인생,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가 그를 살려낸 것이었을까.

처음으로 전훈 제외 "이제 끝인가 생각했다"

광주상고(현 동성고) 재학 시절, 박준서는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광주와 가까운 군산상고 출신의 2년 후배 문규현은 "당시 내야 수비하면 박남섭(개명 전 이름)이라는 이름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광주에서는 일찌감치 최고 선수로 인정받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렇게 2001년 SK의 부름을 받은 후 1년 만에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시절 명성이 자자했던 만큼 구단과 팬들의 기대는 높았다. 2002년 롯데 합류 이후 단 한차례도 빠짐 없이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그의 존재 가치가 충분히 설명됐다.

그랬던 박준서에게 2012년의 출발은 악몽이었다. 내야에 젊고 기량이 좋은 후배들이 점점 치고 올라왔다. 이번 스프링캠프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박준서는 "이제 야구를 그만 둬야 하는 때인가 싶었다"며 당시의 절망감을 설명했다.

하지만 캠프를 못간게 오히려 박준서에게 기회가 됐다. 박준서는 "처음에는 까마득했다. 하지만 독한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다. 야구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바뀔 정도였다"고 했다. 어렵게 1군에서 기회를 잡았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대로 박준서의 스윙과 수비에는 자신감이 붙어있었다.

박준서로 개명 "다치는 이름이라고 해서…"

박준서는 2009년 시즌을 마친 후 박남섭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박준서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야구를 잘하고 싶어 이름까지 바꿨다"라고 하는 선수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박준서도 같은 이유인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그렇게 따지면 데뷔 하자마자 이름을 바꿨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인 박준서는 "남섭이라는 이름이 촌스럽기도 하지만 자주 다치는 기운이 섞인 이름이라고 해 고민 끝에 개명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준서는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큰 수술을 4번이나 받았다고. 양쪽 손목과 팔꿈치, 손가락 수술을 받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꾼 이후에는 거짓말처럼 부상이 찾아오지 않았다. 17일 최경철과 충돌 장면도 그렇다. 황급히 뛰어나간 트레이너가 눈이 풀린 박준서의 얼굴을 보자마자 응급차를 불렀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지만 큰 부상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검진 결과 다행히도 타박상에 그쳤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쩌면 '준서'라는 새 이름이 그를 지켜준건지도 모르겠다.


잘나가는 요즘 "야구한 이후 가장 행복합니다"

올시즌 방망이도 터지고 있지만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게 박준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최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해도 1루, 2루, 3루, 유격수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중요한건 전포지션에서 수준급 수비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중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다녀도 척척 공을 받아낸다. 박준서는 "유격수 자리가 조금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팀이 필요로 한다면 어느 자리에서도 내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이런 활약 덕에 최근 박준서에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평소 무뚝뚝한 이미지답게 "무슨 인터뷰냐"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2004년 주전으로 잠시 뛴 이후 이런 관심은 처음인 것 같다. 기분이 좋다"며 밝게 웃었다.

본인도 본인이지만 가장 기뻐하는 이들은 가족이다. 박준서는 "아내, 부모님, 그리고 처갓집 식구들이 너무 좋아해 주신다. 더욱 열심히 훈련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박준서의 올해 연봉은 3500만원이다. 하지만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올시즌을 마친 후에는 훨씬 많은 연봉을 받을게 분명하다. 박준서는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행복한 순간이 지금"이라고 했다. 12년만에 힘들게 꽃피운 그의 야구 인생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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