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이 유보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귀를 의심했다. 팬들과 야구인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10구단 창단이 무산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프로야구의 위상이 높은 시기에, 더구나 대기업이 창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10구단 창단에 야구인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 야구인들이 창단의 당위성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냈는데도 구단 대표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려면 최소한 공청회라도 열어 프로야구 전체의 현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야구인들의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 그러나 KBO 이사들은 철저하게 이를 무시했다. 이번에는 야구인들이 이런 구단들의 독단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현재 KBO 이사회는 9개 구단 대표와 KBO 총재 등 10명이 투표권을 갖고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다. 기업인의 마인드로, 혹은 구단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지금의 이사회는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이사회의 개혁이 필요하다. 김응용 전 삼성 사장이나 김성근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 김인식 전 한화 감독 등 일구회나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인정하는 원로 야구인들이 이사가 돼 야구인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주요 사안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구단 이익만 생각하는 비야구인들의 전횡을 막을 방법이 없다.
넥센 히어로즈를 한 번 보라.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구단에 비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창단 5년째인 올해 두발로 일어나 달려가고 있지 않은가. SK 와이번스도 창단 초기 고전했으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구단 중 하나로 성장했다. 더구나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대기업이 10구단 창단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이를 걷어찬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선수가 부족하다고 팀 창단을 뒤로 미룬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팀이 만들어지면 당장 2~3년은 힘들 수 있지만,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 키우면 된다. 한국야구의 저변이 두터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0구단 창단으로 선수 수급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다. 자질을 갖고 있어도 프로야구에 진입하지 못하는 선수가 많다. 구단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프로선수로 성장시킬 수 있는 선수가 적지 않다. 또 팀 창단이 자연스럽게 야구 저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밥 그룻 때문에 팀 창단에 적극적이라는 주장은 야구인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지금만 생각하면 앞을 향해 단 한 발도 내딛을 수 없다. 관중 700만, 800만명에 만족할 게 아니라, 10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구단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히면 프로야구의 미래는 없다. 양준혁 SBS 야구해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