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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다."
지난 11일 LG가 365일만에 단독 2위 자리를 되찾았을 때, '올해는 작년과 다르다'는 이유로 새얼굴들로 채운 벌떼 선발진과 앞선 경기는 확실히 걸어잠그는 뒷문을 꼽았다.
아직까지 그 말은 유효하다. 오히려 좋아진 상황도 있다. 마무리 봉중근은 연투가 가능해져, 불펜에서 항시 대기한다. 선발진엔 지난해 경찰청서 2군 다승,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준비된 선발' 우규민이 뒤늦게 합류했다. 우규민은 5경기서 유일한 1승을 선사했다.
7,8위 KIA 한화와 치른 5경기에서 LG는 10득점하는데 그쳤다. 연패가 시작된 17일부터는 3경기서 고작 2득점이다. 매경기 타순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반적 침체다. 5경기서 팀 타율 2할2푼4리로 KIA(2할1푼3리)에 이어 뒤에서 두번째다. 고비 때마다 터지던 한 방도 없어졌다. 홈런은 고작 1개, 장타율은 2할9푼4리에 그쳐있다.
테이블세터진은 이상하리 만큼, 출루를 하지 못하고 있다. 1번타자로 나온 이대형과 박용택 모두 마찬가지다. 그리고 둘의 파트너도 마땅치 않다. 이진영이 지난 3일 잠실 한화전서 햄스트링부상으로 이탈한 뒤론 '공격형 2번타자'도 사라졌다.
테이블세터가 이런 상황인데, 클러치 능력도 엉망이다. 득점권 타율은 고작 1할2푼5리. 그나마 출루해 찬스가 와도 득점으로 연결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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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승패 차는 '+4'에서 다시 '+1'로 곤두박질쳤다. LG는 올시즌 수차례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질 위기를 맞았지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았다. 부지런히 산봉우리와 골짜기를 오르내리며 뫼 산(山) 자로 그래프를 그려왔다. 하지만 이번엔 산이 아닌 바다로 빠질 만한 위기다. '6월 위기설'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5경기 상대가 KIA와 한화였다는 사실이 치명타다. 현재 팀순위는 하루 아침에 2위에서 6위까지 추락할 수 있는 구조다. 반대로 급상승도 가능하다. 그만큼 중위권 경쟁이 혼전 양상이다. 20일 현재 단독 2위 넥센과 공동 5위 LG 두산과의 승차는 단 1게임차. 무려 5개팀이 치열하게 물고 물려있는 양상이다.
이 상황에서 웃고 있는 건 1위 SK 뿐이다. 그런데 SK도 독주 체제를 굳혀가는 듯 하지만, 그렇다고 압도적 강자의 모습은 아니다. 어쨌든 중위권 팀들이 경계하는 건 '하부리그'에 속한 KIA와 한화에게 패하는 것이다. 유이하게 5할 밑에 있는 두 팀에 계속해서 발목을 잡히는 건, 4강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는 다르다'는 말, 성적으로 착각하지 말자
시즌 전 LG는 최하위 후보로 꼽혀왔다. 지금까지 5할 승률 밑으로 단 한차례도 떨어지지 않으면서, 상위리그에서 놀았던 것은 이런 혼전 양상의 '반사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심리적 마지노선인 '5할 승률'을 지켜온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4강권의 강팀이 됐다는 말은 아니다. 일부에서 "올해는 다르다"는 말을 또다시 쓰고 있지만, 그건 성적에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확실히 '팀 체질 개선'에 성공한 LG를 두고 달라졌다 말하는 것이지, 또다시 '10년 만의 4강 진출' 같은 목표부터 앞세우기 시작한다면 그동안의 과오를 그대로 반복하게 될 것이다.
전임 감독들은 '리빌딩'과 '성적'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고,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일이 많았다. 물론 리빌딩에 집중해 성적을 포기하란 말은 아니다. 4월과 5월, '정말 달라졌다'는 말을 듣던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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