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 '에이스의 표정'이 되살아났다

기사입력 2012-06-21 22:00


프로야구 삼성과 KIA의 경기가 21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삼성 선발 차우찬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대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만루홈런 사나이' 차우찬이 드디어 '개막전 사나이'의 위용을 되찾은 것 같다.

21일 대구구장. 경기전 이날 선발인 삼성 차우찬과 잠시 마주쳤다. 당일 선발투수에게는 경기전에 가급적 질문을 하지 않는 게 프로야구 취재 현장의 불문율이다. 선발투수는 그날의 경기 흐름을 초반부터 좌우하는 중요한 위치다. 등판일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만난 차우찬에게 손짓으로만 잘 던지라는 신호를 보냈다. 차우찬도 웃으며 답했다. 약간 쑥스러워하는 듯한 차우찬의 표정은 2년전 이맘때를 연상케 했다.

본래 2년 전만 해도 차우찬은 가능성만 인정받은 불펜B조였다. 즉 지는 경기에 투입돼 이닝을 책임지는 역할이었다. 그랬던 차우찬에게 기회가 왔다. 2010년 6월20일 현재 삼성은 외국인 선발투수 브랜든 나이트의 부상에 이어 윤성환마저 전력에서 이탈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윤성환은 어깨 통증 때문이었다. 선발진이 붕괴되며 삼성은 자칫 6위로 내려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 프런트에선 "망했다"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그때 6월22일부터 잠실 두산전, 목동 넥센전 등 6연전이 예정돼 있었다. 삼성은 어쩌다 한번씩 등판했던 스팟 스타터 차우찬에게 '화요일-일요일 등판'이란 에이스의 책무를 부여한 채 서울 원정길에 올랐다. 대안이 없었다. 6월22일 두산전에선 차우찬은 4이닝 3자책점을 기록했고 팀이 졌다. 그런데 5일후 6월27일 넥센전에서 차우찬은 6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새로운 에이스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그후 선발로 나갈 때마다 진짜 에이스처럼 던졌다. 결국엔 10승을 채우고 승률왕이 됐다. "어느 순간 공을 던지는 게 재미있어졌다. 이전까지는 마운드에서 불안했는데 언젠가부터는 등판일이 기다려지고 설렌다"고 당시 차우찬은 말했다.

2011년부터 차우찬은 두시즌 연속으로 개막전 선발투수를 맡았다. '오프닝데이 스타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긴다.

그런데 올해 시작부터 뭔가 꼬였다. 지난 4월7일 개막전에서 LG 이병규에게 만루홈런을 맞았다. 한번 맞더니 계속해서 두들겨맞았다. 두번째 선발 등판인 4월15일 넥센전에선 박병호에게 만루홈런을 내줬다. 그후 불펜에서도 던지고 2군에도 다녀왔던 차우찬은 지난 10일 SK전에서 이번엔 정근우에게 또다시 만루포를 헌납했다. 개막후 두달여만에 만루홈런을 3개나 내줬다. '만루홈런 트라우마'가 생길 법도 했다. 이 과정에서 차우찬의 얼굴에선 자신감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활기차고 웃던 모습 보다는 불펜B조에 속해있을 때의 뭔가 위축되고 쑥스러워하는 표정이 더 자주 나타났다.

차우찬이 본 모습으로 돌아와야 삼성은 웃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1일 대구 KIA전은 또한번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날 차우찬은 7이닝 2안타 6볼넷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경기에서도 초반에는 제구가 흔들렸다. 하지만 중반 이후 낮게 깔리는 자신있는 피칭이 살아났다.


올시즌 첫 선발승이다. 기존에 1승이 있었지만 그건 불펜에서 얻은 승리였다. 차우찬은 경기후 "오랜만에 승리했다. 나 보다도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더 애타셨던 것 같다. 앞으로 올스타전까지 4~5차례 정도 등판할 것 같은데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니 분발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이날 호흡을 맞춘 포수 이지영에 대해선 "2군에서 한두 차례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이닝이 진행될수록 좋은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했다.

차우찬은 이날 경기후 한창 좋았던 2010년 후반기의 표정이 되살아났다. 자신감과 평온함이다. 차우찬이 '에이스의 얼굴'을 유지한다면 삼성도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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