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보다 빨리 위기를 선언했다. 게다가 강공 드라이브다.
김 감독은 21일 1군 엔트리 대폭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올시즌 처음으로 한번에 4명을 교체했다. 그것도 주전급이 3명이나 포함된 '대이동'이었다.
팀의 1번타자 역할을 해줘야 할 이대형과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2루수 서동욱, 이날 선발투수였던 이승우가 2군으로 내려갔다. 이대형(타율 1할8푼5리) 서동욱(2할2푼4리) 모두 최근 타격이 좋지 못했다. 지난 15일 올시즌 처음 1군에 올라온 뒤 8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베테랑 외야수 손인호도 2군행의 칼바람을 맞았다. 선발로테이션 조정 차원의 이승우를 제외하면, '부진' 이외 다른 이유는 없었다.
전격적인 2군행은 20일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이뤄졌다. 통보를 받은 4명은 곧바로 호텔에서 짐을 싸 서울로 향했다. 콜밴을 이용해 상경한 4명은 새벽에야 서울에 도착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1군과 2군 모두 휴식일이 아닌 상태에서 엔트리 교체가 이뤄진 탓에 이들 4명은 21일 오전부터 구리구장에 나왔다.
한화와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 물론 체력적 부담 탓에 4명 모두 벤치를 지켰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수면 부족은 기본이고,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 엄청난 무더위와 싸워야 했다. 게다가 이날 경기는 2군 경기답지 않게 3시간20분이나 경기를 치렀다. 빠르면 2시간 정도에 끝나기도 하는 2군 경기지만, 이날은 양팀 도합 28점이 나는 난타전으로 흘렀다.
이로부터 몇시간 뒤, LG는 연패에서 탈출했다. 겉으로 보기엔 대승이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마지막까지 치열했다. 특히 김기태 감독은 마지막까지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려 애썼다. 4-2로 앞선 6회말 2사 만루에서 유원상을 조기등판시켜 불을 껐다. 좌타자 고동진이 대타로 나왔기에 왼손투수 류택현 등판이 예상됐지만, 한박자 빨리 '필승조'를 가동시켰다.
그리고 경기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8회 6-2까지 달아나게 만든 양영동의 번트 안타는 그렇다 쳐도, 4점차였던 9회초 나온 김일경의 희생번트는 일말의 가능성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두려움을 없애고 싶다. 모두가 두려워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이게 바로 김기태 감독의 시즌 전 목표였다. 김 감독이 보기에 순위싸움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은 그보다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이번에도 또 내려가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모습이 보였다.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질 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던 그가 생각보다 빨리 '강공 드라이브'를 건 이유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