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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서 야구의 기본이 보였다.
두산 젊은피, 그동안 '여우' 박찬호에게 당했다
박찬호의 올시즌 3승 중 2승이 두산을 상대로 한 승리였다. 시즌 첫 경기였던 4월 12일 청주 두산전에서 6⅓이닝 2실점으로 복귀전부터 승리를 신고했고, 5월 17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챙겼다. 2만7000명의 만원관중 앞에서 빅리거의 위용을 뽐냈다.
이날 경기에서도 박찬호는 분명 노련했다.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을 압도했다. 마음먹은 타이밍에 공을 던졌다. 빠른 투구 템포로 타자들을 정신 못차리게 하는 모습이 그대로 재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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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두산 김진욱 감독은 너무 공격적으로 임하는 게 박찬호 상대로 약한 원인이 아니냐는 질문에 "공격적이라는 말은 부적절하다. 초구, 2구에 방망이가 나가야 공격적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자기 볼을 치는 게 공격적인 것이다. 마음 먹은 공이 들어왔을 때 방망이를 휘두르는 게 공격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타자 개개인에게 맡겨놓을 것을 선언했다. 본인의 노림수에 따라 자유롭게 타격하라는 것이었다. '웨이팅' 사인은 절대 없다고 했다. 타자의 감에 맡기는 정공법이었다. 양날의 검과도 같은 전략이었지만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나온 두산 타자들은 박찬호의 노련함을 이겨냈다. 물론 부작용도 나왔다. 4회 김재환과 이종욱은 초구부터 배트를 돌렸다가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한가운데 직구였지만 구위에 밀렸다. 양의지마저 5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총 7개의 공으로 박찬호에게 4회를 헌납했다. 두산의 노림수는 1-2로 뒤진 5회 빛을 봤다. 박찬호의 제구 난조로 2연속 볼넷을 얻어내며 1사 1,2루 찬스를 맞았다. 고영민과 최주환은 박찬호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기 시작하자 배트를 내지 않았다. 다음 타자 정수빈과 윤석민은 각각 3구와 초구를 때려 1타점,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모두 눈높이로 치기 좋게 들어온 직구였다. 분명한 노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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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 한가지 수확이 더 있다. 바로 선발진 중 유일하게 부진에 허덕이던 '토종 에이스' 김선우가 부활을 향한 기지개를 폈다. 김선우는 올시즌 12경기서 2승3패 평균자책점 7.08의 부진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해 16승 투수의 위엄은 없었다. 원투펀치를 이뤘던 니퍼트를 비롯해 이용찬 임태훈 김승회 등 다른 선발투수들이 제몫을 다해주고 있었기에 김선우 본인이 가장 답답할 만했다. 손 혁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피칭 각도나 폼에 문제는 없다. 본인만 부진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이 보인다. 정신적인 문제가 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말 그랬다. 김선우는 경기 초반 또다시 자신감 없는 피칭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바깥쪽 꽉 차는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조금씩 자신감을 찾았다. 총 88개 투구 중 포심패스트볼이 37개, 투심패스트볼이 30개로 직구 계열이 76%나 됐다.
자신의 공을 믿고 스트라이크존에 넣는 것, 투수의 기본 덕목이다. 7안타를 허용했지만 볼넷이 1개에 그쳤다. 5이닝 2실점. 하지만 김선우는 마지막에 웃을 수 없었다. 4-2로 앞선 9회말 마무리 프록터가 안타 3개, 볼넷 2개를 내주며 ⅓이닝 3실점. 4대5로 두산의 패배였다. 부진 탈출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김선우는 끝내 웃을 수 없었다. 그래도 감을 찾은 것 하나에 만족해야 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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