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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설마 오늘도…'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전날과 같이 똑같은 9회 동점, 연장 역전 드라마가 그려지고 말았다. 결승타를 친 김주찬이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하며 승리를 만끽했지만 숨은 공헌자가 한 명 있었다. 바로 9회 추격의 홈런포를 터뜨린 유격수 정 훈이었다.
정 훈은 3회말 선두타자 이병규(7번)가 친 타구를 그림과 같은 수비로 처리했다. 맞는 순간 2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빠지는 타구로 생각됐으나 정 훈이 어렵게 공을 잡은 뒤 한바퀴 턴을 해 원바운드 송구로 이병규를 아웃시켰다. 관중석에서 큰 감탄사가 터져나올 만큼 멋진 수비였다. 자신감이 붙었는지 7회말 선두타자 오지환의 비슷한 타구도 깔끔하게 아웃 처리, 팀의 위기를 막아냈다. 박빙의 승부에서 1번, 9번타자가 선두타자로 나서 출루했다면 롯데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사실 정 훈은 수비보다는 공격이 돋보이는 내야수였다. 때문에 안정감있는 수비를 선호하는 양승호 감독은 정 훈을 주로 대타로 출전시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 유격수 문규현이 부상으로 빠졌고 잘나가던 박준서도 갈비뼈 타박상으로 주춤했다. 신인 신본기와 수비가 좋은 양종민은 부진 속에 2군으로 내려갔다. 남은 유격수 자원은 정 훈 1명 뿐. 정 훈은 최근 이 기회를 잡았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양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양 감독은 경기 후 정 훈의 수비에 대해 "지난해에 비해 송구가 아주 좋아졌다. 이 정도로만 해준다면 믿고 기용할 수 있다"며 흐뭇해했다.
정 훈 덕에 롯데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듯 하다. 조만간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던 주전 유격수 문규현이 복귀한다. 하지만 정 훈과의 선의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