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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이용훈."
또 한 번 대형사고를 칠 뻔했다. 이용훈은 이미 퍼펙트 경험이 있는 선수. 지난해 9월 17일 대전 한화 2군전에서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퍼펙트를 달성했다. 그래서 기대감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8회 1사 상황서 최동수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퍼펙트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8회를 끝까지 막아낸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8이닝 1실점. 완벽한 투구로 시즌 7승째를 따냈다.
아쉽게 공을 놓친 유격수 정 훈은 경기 후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 좋은 선배는 "훈이가 끝까지 공을 따라가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고참으로서의 책임감이 완벽투를 만들다
이용훈은 이날 경기 전부터 "내가 최대한 길게 던져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필승조인 김성배, 최대성, 강영식이 연투로 인해 휴식을 취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입될 수 있는 선수는 이명우, 김수완, 허준혁. 선발투수가 최대한 길게 끌고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베테랑 선수는 모를리 없었다. 이용훈이 "욕심을 버리고 마운드에 올랐다. 직구도 전력으로 던지지 않았고 주로 변화구 승부를 했다"고 말한 이유다.
오히려 그것이 통했다. 이날 경기에서 패하면 처음으로 승률 5할 이하를 기록하는 LG 타자들은 초조했다. 섣불리 스윙을 하지 못했고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린다기 보다는 일단 공을 맞히고 보자는 의도가 더욱 커보였다. 완급조절에 주력한 이용훈이 오히려 퍼펙트급의 완벽투를 펼칠 수 있던 또 다른 이유다.
경기 후 주형광 투수코치는 "날씨도 더워 이용훈의 몸이 완벽히 풀린데다 힘을 빼고 던진 것이 완벽하게 제구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고 강민호는 "오늘의 강약 조절은 최고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부정투구 논란 후 더 강해진 이용훈
프로선수가 구설수에 오르고 나면 컨디션이 저하되고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용훈은 얼마 전 큰일을 겪었다. 지난 10일 부산 KIA전에서 투구 전 마운드 위에서 공을 입에 갖다댄 후 무는 장면이 TV 중계 카메라에 포착돼 부정투구 논란에 휩싸였다. 많은 팬들은 이용훈의 상습적인 행동이었다며 심하게는 영구제명을 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안그래도 멘탈이 약해 지금까지 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용훈이었기 때문에 "과연 이용훈이 다음 경기에 제대로 던질 수 있겠나"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용훈은 보란 듯이 호투를 이어갔다. 13일 두산전에서 5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19일 SK전에서는 6이닝 1실점의 깔끔한 투구로 시즌 6승을 챙겼다. 그리고 이날 다시 한 번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이용훈은 이에 대해 "만약 내가 난타 당하거나 무너졌다면 너무 우스운꼴이 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결백을 주장한 상황에서 안좋은 모습을 보이게 되면 "역시, 부정투구가 아니면 실력 발휘를 못한다"라는 말이 나올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용훈은 "사건 이후 마운드에 올라 정말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결국 아픈 시련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든 것이다.
이용훈은 이날도 이닝 시작 전 고개를 숙이고 자기 주문을 걸었다. 그 내용이 궁금했다. 이용훈은 "야구는 멘탈이는 말을 굳게 믿는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나다. 마운드 위에서의 나의 다짐이다. '용훈아, 너의 공을 믿고 던져', '즐겁게 해보자'라는 내용들"이라고 공개했다. 그 간절한 주문들이 서른다섯 이용훈의 야구 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