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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승부욕은 때론 독이 된다. 선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봉중근 생애 첫 블론세이브, 대가는 혹독했다
오른 손등 골절상. 봉중근은 23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공을 던지는 왼손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지만, 어쨌든 글러브를 착용할 수 없기에 당분간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구단 측은 재활에 최소 2주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뼈가 완전히 붙어야만 복귀가 가능하기에 공백사태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봉중근은 승부욕이 굉장히 강한 선수다. 이번 부상 역시 지나친 승부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선발로 나설 때도 보이지 않던 행동이 나온 건 다소 의문스럽다. 봉중근이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LG는 8위-7위-6위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허약한 불펜진이 그의 승리를 날려버린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다. 오죽하면 덕아웃에서 애써 태연하려 애쓰던 그에게 팬들이 '봉크라이'란 별명을 붙여줬을까.
봉중근의 경우 '첫 경험'의 임팩트가 너무나 강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시즌 난생 처음 마무리투수를 경험하고 있다. 모든 게 새롭다. 하루하루가 배움의 시간이다. 단 한가지 경험하지 못해왔던 게 바로 블론세이브였다.
봉중근은 올시즌 13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13차례 세이브를 올리며 승승장구해왔다. 첫 블론세이브 뒤 나온 돌출행동, 스스로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한몫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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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 뿐만이 아니다. 이전에도 '자해' 소동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KIA 윤석민이다. 윤석민은 2010년 6월18일 인천 SK전에서 8⅓이닝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후속 투수들의 부진이 문제였다. 자신이 남겨둔 주자가 홈을 밟아 동점이 됐고, 곧바로 끝내기 역전패까지 당했다. 자신의 승리가 날아가자 분을 이기지 못했다.
윤석민은 라커 문을 내리쳤다. 봉중근과 달리 공을 던지는 오른손이었다. 손가락 골절상으로 두 달 가까이 자리를 비워야만 했다.
투수들은 공을 던지는 손으로 무거운 것도 잘 들지 않을 만큼 자기 손을 아낀다. 굳은살 하나 잘못 떨어져 나가도 공을 제대로 못 던진다. 손톱도 민감하게 보호한다. '밥벌이'를 위한 최고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팀의 에이스였던 윤석민의 이런 행동에 대해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한편 '이기적이다'라는 시선도 있었다. 불펜투수들이 일부러 승리를 날린 것도 아닌데 그들을 탓하는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KIA엔 이와 같은 분위기가 전염되고 있었다. 윤석민에 앞서 외국인선수 로페즈가 야수들의 실책으로 승리를 날리자 덕아웃 안에 있는 쓰레기통을 걷어차는 등의 과격 행동을 보였다. 윤석민의 자해 소동이 있고 이틀 뒤엔 서재응이 강판되면서 글러브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마운드에 홀로 서있는 투수들은 분명 야수들과는 다른 심리를 갖고 있다. 팀도 팀이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개인'이 돋보일 수 있는 자리다. 선발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개인 행동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이기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하는 것과 달리, 남 탓을 하기 시작하면 본인 뿐만이 아니라, 팀이 무너질 수도 있다. 투수와 야수들이 서로 신뢰를 잃고, 선발투수들이 불펜진을 보며 혀를 차기 시작하는 팀이 잘 될리 없다.
해외에서도 에이스급 투수들의 자해 소동은 있었다. 하지만 '남 탓'보다는 '내 탓'이었다.
'하드 싱커'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던 케빈 브라운(은퇴)은 뉴욕 양키스 시절인 지난 2004년 9월 자신의 부진한 투구 내용에 화가 나 왼 주먹으로 덕아웃 벽을 때렸다. 22일 뒤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인 스기우치(요미우리)는 지난 2004년 6월 2이닝 7실점이라는 최악투를 한 뒤 덕아웃 의자와 벽 등을 양쪽 주먹으로 연신 내리치는 등 기물을 파손하다 양손 모두 골절당하며 시즌 아웃된 바 있다. 당시 소속팀인 다이에 호크스는 100만엔이라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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