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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괴물' 류현진이 무너졌다.
류현진은 지난 7일 대전 롯데전에서 5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강판됐다. 투구수는 88개. 흔히 '담'이라 표현하는 등 근육 경직이 조기 강판의 이유였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통증은 오래 갔다. 결국 선수 보호 차원에서 재활군행이 결정됐다.
류현진은 구단의 철저한 관리 하에 통증을 없애고, 차근차근 복귀를 준비했다. 지난 19일 하프피칭, 22일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2회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무기인 서클체인지업이 밋밋하게 들어갔다. 다음 타자인 양의지 타석 땐 한 차례 폭투를 범한 뒤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마찬가지로 체인지업이 높게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3회초 2사 1루 상황. 류현진은 실투 2개에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윤석민에게 던진 초구 146㎞짜리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며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투런홈런.
여기까지면 괜찮았다. 하지만 다음 타자 김현수에게 백투백 홈런까지 맞았다. 역시나 145㎞짜리 초구 직구. 이번에는 아예 눈높이로 높게 들어갔다.
연속 타자 홈런. 류현진에게 낯선 일이다. 지난 2009년 7월39일 대전 두산전과 8월5일 대구 삼성전에서 두 차례 나왔을 뿐이다. 개인 통산 3번째 백투백 홈런 허용. 왼손타자 상대로 홈런을 맞은 것 역시 세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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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관계자는 류현진의 조기 강판에 대해 "아픈 곳은 없다.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 위해 빨리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중요한 시기인데 오늘 빨리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돼 팀에 미안한 마음 뿐이다"라고 했다.
부진은 분명 실전 감각과 관계가 있다. 류현진은 2군으로 내려간 뒤 재활군에 머물며 실전 등판을 갖지 않았다. 17일만의 복귀가 첫 실전이었다.
카운트를 잡기 위한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향한 게 아니라 가운데로 몰린 게 이를 증명한다. 특히 백투백 홈런을 허용했을 땐 초구부터 너무나 뻔하게 한복판으로 공을 던졌다.
중심 타선을 이루는 윤석민-김현수에게 이런 공을 던졌다는 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직구 구위로 이겨내던 앞선 이닝의 기분에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을 수도 있다.
보통의 에이스급 투수들은 경미한 부상이나 컨디션 조절 차 2군에 내려갔을 때, 2군에서 실전 등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구 난조 등의 이유로 조정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등판 대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복귀전 스케줄에 맞게 다시 몸을 만든다.
이는 분명 실전 감각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에이스급 투수들이기에 스스로 이겨내리라 믿는 것이다. 팀으로서는 한 경기가 급하기에 던지면서 금세 감을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힘든 경우라면, 중간계투로 몇경기를 던지게 한 뒤 선발로 복귀시키는 일도 있다. 하지만 에이스급의 체면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류현진은 매년 이런 패턴을 겪어왔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시즌 중반 한차례씩 열흘 이상의 휴식을 취했다. 한가지 좋지 않은 징조는 지금까지는 복귀전 성적이 좋았지만, 이번엔 그 패턴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후유증에 향후에도 회복이 더뎌지거나, 감이 돌아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기록을 살펴보자. 11일 만에 등판했던 2006년 7월25일 청주 롯데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괜찮았다. 이듬해 7월3일 대전 현대전에서도 11일만에 나와 7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2008년 6월1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12일만에 나와 6이닝 3실점(1자책), 14일 만에 나온 2009년 8월19일 대전 삼성전에서는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였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이 더욱 중요해졌다. 자칫 잘못하면 부진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류현진은 지난해엔 견갑골 부상으로 불펜으로 복귀해 5경기에 나선 뒤에야 선발로 돌아왔다. 어떻게든 향후 복귀 패턴을 수정해야할 가능성도 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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