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이 오른손에 장갑을 낀 이유는?

최종수정 2012-06-27 11:32

6월 14일 벌어진 넥센-KIA전. 6회말 솔로홈런을 때린 이택근이 박병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목동=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넥센 히어로즈 타선의 리더인 이택근(32)은 타석에서 금방 눈에 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드물게 극단적인 오픈 스탠스에서 타격을 시작한다. 오른쪽 다리와 왼쪽 다리가 홈 플레이트와 거의 직각을 이룬다. 왼쪽 다리가 타격의 중심축인 오른쪽 다리 뒤에 있다가 배팅 타이밍에 앞으로 나온다. 왼쪽 다리를 크게 올리면서 타이밍을 맞추고, 호쾌하게 배트를 돌린다. 타자마다 오랜 경험에 따른 독특한 타격폼을 갖고 있지만, 이택근의 타격폼을 쉽게 따라하기 힘든 자세다.

눈에 띄는 점은 하나 더 있다. 보통 타자들은 양쪽 손에 타격용 장갑을 끼고 타격을 하는데, 이택근은 오른쪽 손에 장갑을 끼지 않고 맨손으로 배트를 감아쥔다.

타자가 장갑을 끼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속 140km가 넘는 공을 칠 때 손에 전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면 충격이 덜하지만, 배트 끝에 걸리면 손바닥에 강한 울림이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배트가 부러지면 다칠 위험이 큰다. 수십 년 간 야구에만 매달려온 선수들에게 별 것 아닌 충격같지만 이게 누적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전 타자라면 매 경기 4번 이상 타석에 들어가 수십차레 배트를 돌린다.

그런데도 이택근은 2003년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 입단 초기를 제외하고는 주로 오른손에 장갑을 끼지 않고 타석에 들어갔다. 다른 선수와는 달리 배트를 잡았을 때 나무 방망이의 느낌, 공을 때릴 때 배트에 전해져오는 느낌을 갖고 싶어서다. 미세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했다. 오히려 장갑을 끼는 게 더 어색할 것 같았다.

이런 습관은 필연적으로 손바닥 통증, 부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증은 타격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달 초 오른손 통증으로 고생하는 이택근을 김시진 감독이 휴식 차원에서 선발에서 제외해 대타, 대수비로 뛰게 했다. 하지만 몇 경기 쉬고 3번으로 복귀한 이택근은 여전히 장갑을 끼지 않았다. 오른손에 테이핑을 하고 배트를 잡았다.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른쪽 엄지 아래 부분이 부어올라 최상의 타격감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통증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위축이 되곤 했다.

구단 트레이너는 휴식 외에 다른 치료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택근은 오른쪽 손바닥 통증에 목 근육통이 겹쳐 지난 주말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5번 강정호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인 이택근까지 빠지게 된 것이다.


그랬던 이택근이 26일 두산전에 장갑을 끼고 타석에 들어갔다. 수 년 간 고수해온 스타일을 버리겠다고 했다. 어색했을 법도 한데 이택근은 4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이택근이 생각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타선의 리더, 중심타자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손바닥 통증이 이어지면 출전하지 못하는 경기가 늘 수밖에 없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택근은 "손바닥이 아프다고 자꾸 경기에 빠질 수 없다. 장갑을 끼니 통증이 조금 덜했다. 어색하지만 적응을 하겠다"고 했다. 중심타자로서 책임감이 이택근을 바꿔 놓은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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