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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속에서 진주 하나를 찾은 느낌이다.
류 감독은 진갑용을 올시즌 90경기 정도만 선발 출전시킬 생각이었다. 나머지 경기를 책임질 포수가 필요했다. 일단 시즌 초반 낙점된 이는 이정식이었다. 2004 신인드래프트서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지명한 이정식은 지난해를 제외하곤 오랜 시간 삼성의 백업포수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이정식의 단점은 방망이였다. 35경기서 타율 1할6푼3리(49타수 8안타) 1타점. 1군에서 백업으로 뛸 만한 수비력을 가졌음에도 타격이 부족했다. 결국 류 감독은 지난달 중순 진갑용-이정식 체제에 변화를 줬다. 2군에 있던 채상병과 이정식 자리를 맞바꿨고, 며칠 뒤엔 이지영까지 불러올렸다.
채상병은 '포수왕국' 두산에서 한때 주전으로 뛰었을 정도로 검증된 포수다. 하지만 이정식과 마찬가지로 공격력은 다소 부족하다. 올시즌 역시 9경기서 7타수 무안타다. 그리고 2군에 있는 현재윤은 감감 무소식이다. 류 감독은 "지금 담 증세가 있어 재활군에 있다. 나이도 있는데 올라올 수 있겠나…"라며 입맛을 다셨다.
현재윤과 채상병은 모두 79년생, 우리 나이로 벌써 34세다. 이정식도 만년 백업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에 어느새 32세. '포스트 진갑용'을 고민해야 하는데 후보군들이 모두 30대다. 류 감독이 이지영을 1군에서 뛰게 하는 이유가 있다. 86년생 이지영은 아직 창창하다. 게다가 지난해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군필자'다.
이지영은 신고선수 출신이지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타고난 공격력을 인정받았던 포수다. 아직까지 포수로서 부족한 면이 많지만, 겨우내 피나는 훈련을 통해 제법 1군 포수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시즌 12경기서 타율 4할5푼2리(31타수 14안타) 4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중이다.
최근에는 차우찬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면서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이런 그가 이번주 데뷔 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주전 마스크를 썼다. 진갑용이 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담 증세를 호소하자 류 감독은 이지영을 택했다. 차우찬이 출격한 4일은 원래 이지영의 몫이었다.
이지영은 2경기에서 9타수 3안타 2타점으로 공격에서는 제몫 이상을 했다. 하지만 본인은 수비에 대해선 아직 멀었다고 했다. 그는 "방망이는 워낙 치는 걸 좋아했다. 그래도 포수의 기본은 수비다. 아직 볼배합이나 경기운영능력은 한참 배워야 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선배들이 앉을 때와 내가 앉을 때 차이가 크더라. 보여주려 하는 마음이 생기다보니 나도 모르게 급해져 실수를 했다. 선배들은 여유가 있다"며 웃었다.
그래도 류 감독은 4일 "어제 경기는 지영이를 넣은 덕에 이겼다"며 이지영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는 "단점은 너무 빨리 치는 것, 그런데 장점은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갈 줄 안다는 것"이라며 적극성 있는 공격력에 대해 평했다. 그래도 자신 만의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있고, 컨택트 능력이 워낙 좋아 괜찮다고 했다.
삼성 내부에서 이지영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타 요원 등 공격력 강화를 위해서 불러올렸다. 하지만 이젠 점점 'No.2' 포수의 구색을 갖춰가는 것은 물론, '키워볼 만한 재목'이라는 시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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