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시즌 700만을 넘어 800만 관중을 바라보고 있는 프로야구의 인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케이블 TV 방송중계다. 매일 프로야구 4경기가 모두 케이블 TV 4개 채널을 통해 바로 팬들을 찾아 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퓨처스리그(2군 리그) 경기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
중계 카메라 수도 늘고 중계 기술도 발전해 그라운드와 덕아웃, 관중석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장면, 현장의 생생한 숨결까지 그대로 전해진다.
빈번하게 화면을 장식하는 감독들은 표정관리가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고, 덕아웃 근처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바람에 숨을 곳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선수보다 더 카메라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게 감독의 숙명이다. 경기장 마다 중계 카메라가 자리잡고 있는 위치가 조금씩 다른데, 이를 파악하고 대처한다는 감독까지 있다. 어차피 프로스포츠와 방송중계는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이다. 프로야구 구성원이라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TV 중계가 있는 날이면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말은, TV 생중계가 일상화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정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다.
|
한 케이블 TV는 얼마전부터 득점 찬스에서 범타가 나오거나, 구원투수가 난타를 당해 위기에 몰린 팀의 감독을 카메라로 당겨잡고는 금연 보조제 광고를 화면에 올린다. 감독의 상기된 얼굴, 난감한 표정 위에 '한대 피우고 싶으시죠?'라는 자막이 흐르고, 제품명이 등장한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정도로 속이 타고 답답한 상황이라면, 금연 보조제로 흡연 욕구를 해결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문제는 꼭 감독들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빠졌을 때 이 상업광고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난감한 상황을 희화화하는 듯한 느낌, 조롱을 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무래도 성적이 안 좋은 부진한 팀 사령탑이 등장하는 빈도가 잦은 것 같다.
물론, 경기중이기 때문에 당사자인 감독들은 그 순간 광고를 볼 수는 없다. 녹화 중계를 통해 이 장면을 보거나,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감독들은 한결같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애연가이기도 한대화 한화 감독은 광고 이야기가 나오자 쓴웃음을 지으며 "주위 사람으로부터 내가 화면에 잡힌 상태에서 광고가 나온 걸 봤다는 말을 들었다. 꼭 그럴 때 그런 광고를 해야하는 거냐고"고 했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변호사인 친구가 초상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 중계 방송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건 뭐라고 할 수 없지만, 경기가 안 풀려 어려운 상황에 빠진 감독 얼굴을 크게 잡아 광고에 이용하는 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공익광고가 아니라 방송사 수익을 위한 상업광고라는 점을 지적한 감독도 있었다. 선동열 KIA 감독은 "도대체 감독들에게 한 마디 허락도 안받고 그런식으로 광고를 내보내는 게 어디 있나. 게다가 공익광고도 아니고 상업용 광고이니 초상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게다가 감독 중에는 비흡연자도 있다"가 강하게 불쾌감을 표출했다.
|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중계권료를 낸 방송사는 경기 중계에 관한 권리를 갖고 있다. 요즘에는 화면에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넣어 수익을 내고 있다.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경기 컨텐츠에 대한 권리를 활용하는 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정 상황에서 특정 인물들을 클로즈업해 광고를 하는 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KBO 관계자는 "방송중계권료에 이런 권리까지 포함돼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의 개인적인 영역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방송중계사와 프로야구는 동업자나 마찬가지인데, 상식적으로 봐도 이런 광고는 동업자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