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벌의 마력', 여전히 그의 잔은 식지 않았다

최종수정 2012-07-09 06:59

KIA 최향남이 8일 목동 넥센전 9회에 등판, 역투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빨라서 아름다운' 135㎞였다. 구속 때문이 아니라 인터벌이 짧아서 인상적이었다.

KIA 최향남이 8일 목동 넥센전에서 2-1로 앞선 9회에 등판,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룩킹 삼진으로 잡아내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도, 최향남의 짧은 인터벌이 또한번 눈에 띄었다. 이날 최향남이 던진 공들은 아무리 눈씻고 봐도 시속 140㎞를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위력적이었다. 거침없이 던지는 130㎞대 공에 타자들이 압도당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최후의 1이닝 막는데 7분 걸렸다

이날 넥센-KIA전의 공식기록지를 살펴보면, 9회를 마치는데 3시간30분이 걸렸다. 그런데 최향남이 책임진 9회말 1이닝에 걸린 시간은 겨우 7분이었다. 모두 18개를 던졌다.

최향남이 첫타자 유한준을 삼진으로 처리할 때 퍼스트피치와 라스트피치에 걸린 시간은 38초. 공 4개를 38초만에 던져 멍하니 쳐다보는 삼진을 이끌어냈다. 인터벌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될 만큼 빠른 타이밍으로 계속 던졌다. 포수가 던져주면 곧바로 자세를 잡고 숨쉴틈 없이 몰아쳤다.

물론 최향남이 이날 스코어링포지션 상황으로 몰렸다면 피칭 템포가 조금 느려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마무리투수가 1점차 상황에서 등판해 단 7분만에 이닝을 마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은 인터벌도 능력이다


메이저리그에선 마이애미 말린스의 왼손투수 마크 벌리가 인터벌이 짧기로 유명한 투수중 한명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인 지난 2009년 7월에 벌리는 탬파베이와의 홈게임에서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6개였다. 힘으로 윽박지르기 보다는 스피드에 변화를 주면서 스트라이크를 잘 잡아낸 경기였다. 당시 116개를 던졌는데 경기 전체 소요시간이 2시간3분에 불과했다. 무엇보다도, 마크 벌리가 마운드에 서있던 시간이 32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화제가 됐다. 물론 모든 퍼펙트게임이 그렇듯, 당시 벌리도 수비의 도움을 받았다.

투수가 인터벌이 짧으면 타자가 급해진다. 뭔가 수싸움을 하면서 1구1구를 상대하고 싶은데, 투수가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정말 좋은 타자는 안타를 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타자들은 투수들의 빠른 호흡에 끌려가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잃게 돼있다.

박찬호 케이스

예전에도 빠른 편이었지만 더 빨라진 느낌이다. 최향남은 오랜 기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미국식 야구를 경험했다. 한국프로야구에 비하면 확실히 미국쪽이 인터벌이 짧다. 그곳에서 체득한 짧은 인터벌의 효력을 지금 최향남이 마음껏 누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타자들이 오랜 기간 한국을 떠나있었던 최향남의 공에 적응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최향남의 투구패턴이 읽히기 시작하면, 그 역시 더 많은 안타를 맞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박찬호도 올시즌 초반 미국식으로 인터벌을 짧게 가져갔다. 일정 부분 효과를 봤다. 그런데 선발투수로 뛰는 박찬호는 인터벌이 짧을 경우 이닝이 경과할수록 체력적인 면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그때 한대화 감독이 "너무 미국식으로 인터벌을 짧게 하지 말고 여유를 가져보자"고 했고, 그후 박찬호는 전반적으로 투구수를 늘릴 수 있었다.

최향남의 패턴이 멋진 이유

인터벌을 짧게 해서 빨리빨리 던지면 타자를 정신없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모든 투수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행하기는 어렵다. 일단 마인드 측면에서 무장이 안 된 투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그렇게 던질 수 없다. 오히려 투수가 생각이 많아진다. 또한 박찬호 케이스에서 나타나듯, 쉼없는 피칭은 체력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향남 케이스가 돋보인다. 71년생 최향남은 올해 우리나이로 마흔두살이다. 아직 투구수가 많지 않지만, 오랫동안 프로야구판을 떠나있었으면서도 짧은 인터벌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해왔다는 게 놀랍다.

또한 시속 140㎞를 넘지 않는 공(가만히 보면 손가락 스킬로 피칭 궤적에 약간씩의 변화를 준다)을 던지면서도 자신감이 있다. 몇주전 최향남이 테스트를 겸한 실전 무대를 뛸 때도 끊임없이 패스트볼을 던져대는 걸 보면서 선동열 감독은 "본인 스스로 어차피 직구가 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강조하더라. 역시 베테랑이 다르다"고 말했다.

인터벌이 짧으면 전체적으로 경기시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팬들은 더욱 집중해서 관전할 수 있는 여건을 얻는다. 3시간 넘는 프로야구의 경기시간이 21세기 프로스포츠로선 최대 약점이라고 봤을 때, 짧은 인터벌은 프로야구 자체의 생명력에도 도움이 된다.

언젠가는 최향남도 두들겨맞고 블론세이브를 할 것이다. 약점이 간파당하면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여전히 '향운장' 최향남의 잔은 식지 않았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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