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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실책 바이러스는 '실책의 명수'라는 오명을 듣게 했고, 팀성적을 최하위로 만든 원흉이었다.
5월말까지 총 35개로, LG(37개) 다음으로 많은 실책을 기록했던 한화는 11일 실책 순위를 3위(48개)로 끌어내렸다.
11일 두산전을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은 지난 8일 SK전에서의 SK 3루수 최 정을 언급하며 "우와, 그걸 잡아내더군"이라고 감탄했다.
최 정이 3루 옆으로 칼날같이 빠지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절묘한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장면을 두고 한 말이었다. 비록 경기에서는 SK가 패했지만 실책은 커녕 그림같은 호수비로 처리하는 플레이가 내심 부러웠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 감독의 부러운 심정은 이날 두산전에서 말끔히 털어내도 좋을 듯하다. 실책 바이러스가 두산으로 옮겨간 경기였다. 실책의 불운에 울었던 한화가 이번에는 상대의 실책 덕을 봤다. 여기에 자력으로 만들어낸 호수비도 뒤따랐으니 부러울 게 없는 경기였다.
두산의 실책 바이러스는 기대했던 선발 김선우부터 시작됐다. 2회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 한화 한상훈을 2루수 땅볼 병살로 처리하면서 1실점만 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후속 타자 정범모의 강습타구를 놓치고도 공이 어디 떨어졌는지 몰라 허둥대다가 늦게 공을 잡았고 황급히 던진 1루 송구마저 정범모의 헬멧을 맞히는 악송구가 됐다. 0-2로 기선제압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1-3으로 뒤진 채 맞은 4회에는 실책 바이러스가 3루수 이원석에게 옮아갔다. 이원석은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오선진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으려다가 놓치는 바람에 1, 2루의 위기를 초래했다.
아니나 다를까. 후속 타자 한상훈이 중견수 뒤로 빠지는 2타점 2루타로 실책으로 얻은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초반 한화에서 자주 목격됐던 이 장면에 두산으로서는 맥 빠지는 순간이었다.
그 사이 한화는 깔끔한 호수비로 두산을 더욱 압박했다. 2루수 한상훈은 4회말 2사 1, 2루에서 두산 이종욱의 타구가 1, 2루 사이로 강하게 빠져나가려는 것을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며 실점위기를 막아냈다.
그런가 하면 5회말 2사 1루에서는 3루수 오선진이 양의지의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절묘하게 다이빙캐치한 뒤 자로 잰 듯한 1루 송구로 호쾌한 그림을 연출했다.
8회말 이원석의 안타성 타구를 역동작으로 잡아낸 뒤 몸을 180도 돌리며 던진 송구까지 깔끔하게 처리한 유격수 이대수의 수비는 보너스였다.
부실수비가 고질병이었던 한화가 "요즘 수비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잠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