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정배 김진욱 감독에게 인사한 사연

최종수정 2012-07-14 16:56

SK 박정배는 1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7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생애 첫 선발승을 따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SK-두산전이 열린 14일 인천 문학구장. 경기전 잔뜩 흐린 날씨 속에 두산 선수들이 훈련을 진행하던 시간,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선수 한 명이 3루쪽 두산 덕아웃을 찾았다.

전날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생애 첫 선발승을 거둔 SK 박정배였다. 박정배는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두산 김진욱 감독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고개를 숙여 "감독님, 죄송합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친정팀을 상대로 생애 최고의 호투를 펼친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였다.

김 감독은 "아니야, 어제 참 잘했다. 앞으로 다치지 말고 잘 해주기를 바란다"며 박정배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박정배가 자리를 떠나자 김 감독은 "어제 경기전 정배가 초반만 잘 넘기면 우리가 고전하겠다는 예상을 했다. 경기 시작부터 제구력이 좋았고, 우리 타자들도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바람에 정배가 길게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전날 박정배의 호투는 예상 밖이었다. 2005년 데뷔 이후 통산 5번째 선발등판을 한 박정배는 7이닝 동안 별다른 위기 없이 두산 타자들을 요리하며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더구나 두산 선발이 니퍼트였음을 감안하면, SK로서는 소중한 승리를 '선물'로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박정배는 경기가 끝난 뒤 "(포수)정상호의 리드가 좋았다. 내가 등판할 때 용병들이 유독 많이 나오는데, 그게 오히려 자신감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 니퍼트를 의식하지 않고 정상호와 호흡을 맞춰 자신의 피칭을 했다는 뜻이다.

박정배는 지난해 11월 두산의 마무리 캠프가 끝난 직후 방출 조치를 받았다. 두산 입단 이후 몇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잦은 부상 때문에 1군 주력 선수로 성장하지 못했다. 두산은 박정배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하고 자유계약신분으로 풀어줬다.

김 감독은 "워낙 성실한데다 참 좋은 공을 가지고 있어 기대를 많이 했는데, 몸이 여기저기 로테이션으로 아프니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며 "원래는 다리가 아팠는데, 상체 위주로 던지다 보니 팔꿈치에도 무리가 가고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못됐다"며 당시의 방출 이유를 설명했다.

박정배는 올초 SK 전지훈련에서도 부상 치료를 위해 피칭 훈련을 최대한 자제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재활을 충실히 진행한 덕분이었을까. 시즌 시작후 3개월만에 선발승이라는 결실을 봤다.

'제자'의 인사를 받은 김 감독은 "지금 잘 하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인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