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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4구를 던지는 쪽과 그걸 지켜보는 쪽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지난해 고의4구 1위였던 최형우
올해 8개 구단 타자 가운데 14일 현재 넥센 강정호가 5개의 고의4구로 가장 많다. 지난해는 어땠을까.
그랬던 최형우가 불과 1년만에 이번엔 바로 앞 타자가 두번 연속이나 고의4구로 걸어나가는 걸 지켜봤다. 화가 나기 이전에 기분이 묘했을 것이다.
고의4구는 대기타석의 타자에겐 분명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때론 포스아웃 상황으로 수비 편의를 위해 일부러 고의4구로 1루를 채우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다음 타자에겐 유쾌한 일일 수 없다.
최형우는 이날 경기후 "자존심 상하거나 그렇진 않았다"고 답했다. 이건 사실 립서비스라는 걸 모두가 알고있다. 홈런을 맞은 상대투수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다. 이런 일이 있은 뒤 "고의4구가 나와서 정말 기분 나빴다. 반드시 홈런을 치고 싶었다"라고 답변할 타자는 없다.
이날 경기 상황에 대해서 모 해설위원은 "다른 무엇보다도, 지난해 홈런왕을 차지하면서 고의4구 1위를 기록했던 최형우가 순간적으로 마음이 서글프기도 하고 독기도 품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경기 고의4구 2개 던진 오승환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도 올해 독특한 경험을 했다. 지난달 20일 KIA와의 경기였다. 0-0으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오승환은 연장 10회에 1이닝 동안에만 고의4구를 2차례 던졌다.
올해 오승환의 고의4구는 모두 3개. 2005년 데뷔해부터 올해까지 고의4구 개수는 1-0-3-2-1-0-0-3 순이다. 오승환은 "한경기에서 고의4구를 2개 내준 건 야구하면서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투수에게 고의4구 자체는 벤치 사인이기 때문에 별다른 느낌이 없을 것이다. 벤치에서 타자들에게 희생번트 사인을 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냥 던지면 된다. 다만 '고의4구 사인이 나올만큼 급박한 순간이니 후속타자에게 적시타를 내주면 안 된다'는 부감은 있을 것이다.
고의4구를 던질 때, 투수들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까. 오승환은 이에대해 "팀이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 별 느낌은 없다. 그 상황에서 '거르지 않아도 내가 막을 수 있는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같은 팀의 베테랑 셋업맨 정현욱도 "자존심 상하고 그런 것 없다. 대신 다음 타자는 꼭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