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수 서진필 특별한 응원가 우정

기사입력 2012-07-15 11:43


가수 서진필(왼쪽)이 이종범의 소개로 박찬호와 처음 만나 저녁식사를 한 뒤 함께 인증샷을 남겼다. 이것이 '박찬호 응원가'의 탄생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사진제공=서진필


'박찬호 순정이란다∼.'

한화 박찬호(39)는 최근 묘한 버릇이 생겼다.

자신의 응원가에 대한 남다른 집착이다.

박찬호는 경기 중에 자신이 등장할 때는 물론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를 할 때도 응원가를 틀어달라고 구단 프런트에 요청을 한다.

자신이 선발 등판을 하는 경기에서 응원가를 자주 들었으냐 여부에 따라 그날 피칭 컨디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라고 한다.

박찬호의 응원가는 신인 트로트 가수 서진필(42)의 히트곡 '사나이 순정'을 개사한 것으로 '박찬호 순정'이라 불린다.

당초 구단에서 만든 박찬호 응원가는 '아리랑'이었으나 지난 6월 박찬호가 '박찬호 순정'을 갖고 와서 등장음악 등으로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화 관계자는 "선수가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개사까지 해서 갖고 온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박찬호 순정'을 지인들의 카카오톡을 통해 전파했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뮤직비디오와 함께 가사를 소개했다.

박찬호가 이처럼 응원가에 무한 애정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찬호 홈페이지에 올려진 응원가 소개에서 '작사 박찬호, 노래 서진필'이란 문구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서진필의 '사나이 순정'은 작년부터 야구판에서 대표적인 선수 등장음악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KIA, 삼성, 넥센이 주요 선수들 등장때 이 노래를 사용한다.

중독성 깊은 리듬에 귀에 익숙하고 흥겨운 트로트곡이어서 경기장에서는 안성맞춤인 노래다. 하지만 그동안 야구장에서 사용된 노래는 원곡이다. 개사곡은 '박찬호 순정'이 유일하다.

인기 대중가수가 자신의 히트곡 개사를 허용하고, 직접 앨범 녹음을 한 것처럼 노래까지 불러줬다는 점에서 뭔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듯했다.

서진필을 통해 직접 확인에 들어갔다. 서진필은 껄껄 웃으며 "박찬호와 나는 알게 된지 몇 개월 안됐지만 의형제로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있는 중"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서진필과 박찬호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지난 5월초다. 당시 서울 원정경기 때문에 상경한 박찬호는 절친 선배 이종범의 초대를 받고 저녁 자리에 갔다가 서진필을 소개받았다.

서진필은 거의 20여년 전부터 동갑내기 이종범과 친구의 정을 나누고 있는 죽마고우나 다름없다. 이 덕분에 야구계의 인맥도 제법 넓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으레 인사치레로 자신의 앨범을 박찬호에게 선물하고 돌아온 서진필은 이튿날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서진필은 "미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박찬호가 먼저 전화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화를 받는 순간 대스타 박찬호를 떠올리니 어리둥절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박찬호의 문의가 이어졌다. '사나이 순정'을 자신의 응원가로 쓰고 싶다고 했다. 서진필에게서 받은 앨범을 뜯어보다가 '사나이 순정'의 가사를 읽게됐는데 무릎이 탁 쳐지더라는 것이었다.

박찬호는 서진필에게 "형님, 제가 미국에서 힘들게 생활할 때의 심정을 어쩌면 그렇게 노랫말에 잘 담았는지 깜짝 놀랐다"면서 '사나이 순정'에 첫눈에 반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박찬호는 응원가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료 등의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서진필은 저작권료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마음껏 쓰라고 흔쾌히 허락했다.

"그동안 내 노래가 야구인들 덕분에 더욱 인기를 얻어 감사한 마음을 늘 품고 있었던 데다, 천하의 박찬호가 사용한다는데 오히려 영광이었다"는 게 서진필의 설명이다.

이날 전화통화를 계기로 박찬호와 서진필은 의형제의 관계로 발전돼 더욱 깊어졌다. '박찬호 순정'의 탄생 과정에 서진필이 깊숙히 개입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작사가' 박찬호의 개사작업은 첫 통화 이후 대전구장에서 이뤄졌다. 각종 스케줄로 바빴던 서진필은 박찬호의 도움 요청을 받고 한걸음에 대전구장으로 달려왔다. 박찬호의 개사작업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서진필은 "박찬호의 작사솜씨가 훌륭하더라 불과 30여분 만에 그동안 ?꼭 애환과 앞으로의 희망을 담은 멋진 가사를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마침내 '사나이 순정'이 '박찬호 순정'으로 재탄생했다.

박찬호에게서 리메이크곡을 받아든 서진필은 곧바로 녹음실로 달려가 첫 앨범을 녹음하는 심정으로 정성스럽게 박찬호 응원가를 완성시켰다고 한다.

'묻지 마라. 욕하지 마라. 찬호는 계속 던진다.…이 생명 다 바쳐 널 위해 던진다. 사나이 한평생 내 사랑 팬을 위해.… 실패를 해도 욕하지 마라. 찬호의 도전이란다. 박찬호 순정이란다.'

박찬호는 이 응원가를 통해 마음속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혼을 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과정에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성심성의껏 도와준 '새형님' 서진필도 얻었다. 그러니 '박찬호 순정'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진필은 "박찬호가 최근 18번을 '사나이 순정'으로 바꿨다고 하더라. 언젠가 방송에 출연해 기회가 되면 '사나이 순정'을 부르겠다고 했으니 기대해도 좋다"며 또다시 크게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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