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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 시작된 장마가 3주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주축 선수가 부상 중이거나 성적 부진에 빠진 팀은 장맛비가 고마운 단비다. 그러나 대다수 구단 감독들은 우천취소 경기가 속출하면서 경기 일정이 흐트러져 선수들의 신체리듬이 깨진다고 걱정한다. 선수들도 불규칙한 경기 일정과 높은 습도 때문에 컨디션 유지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롯데 홍성흔은 "습기가 많은 날에는 배트가 무겁게 느껴지고, 상대 투수가 던진 공도 더 묵직해 지는 것 같다. 공을 때려도 타구가 평소보다 덜 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 박사는 "공기의 저항력이 커지면 투수가 던진 공은 스피드가 떨어지고, 타자가 때린 타구는 거리가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체육과학계에서는 습도가 60%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 타구의 비거리가 5% 정도 떨어진다고 말한다. 맑은 날 100m까지 뻗어가는 타구가 95m 정도 밖에 날아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가 외야수 플라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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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와 타자, 누가 유리할까
습기가 반드시 투수에게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투수들은 적당하게 물기가 있을 때 공이 손에 착착 달라붙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 경우 제구력이 좋아지고 변화구가 잘 먹힌다. 변화구의 꺾이는 각도가 예리해 진다. 맑은 날 공에 입김을 불어넣거나 침을 묻히는 투수가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습도가 90% 수준으로 높아지거나 비가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민태 넥센 투수 코치는 "물기가 많으면 공이 투수의 손 안에서 미끄러지게 되고, 변화구는 물론, 제구에 애를 먹게 된다"고 했다.
장마철 습도는 경기 당일 투수의 제구력에 영향을 미치지만 전체적인 컨디션 유지에도 장애가 된다.
선수들은 장마철에 "몸이 축 처진다"는 말을 자주 한다. 타자들은 휴식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경기를 하는 패턴이 몸에 배어 있다. 적당한 휴식이 컨디션 유지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일정이 불규칙해지면 신체 리듬이 깨지게 된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정민태 코치는 "비가 내린 다음날 햇빛이 강한데도 땅에서 습기가 올라올 때가 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게 되면서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공을 던지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시속 145km짜리 직구를 6회까지 던질 수 있었던 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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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태 코치는 장마철에 습도가 조금 높을 때는 투수가 유리한 것 같고, 비가 오거나 습도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을 때는 타자가 유리한 것 같다고 했다.
수비수의 자세
물론, 물기는 수비에도 영향을 준다. 야수들은 뜬 공의 경우 타구음을 듣고 비거리를 예상해 수비 위치를 이동한다. 내야수의 경우 타구의 바운드를 보고 예측해 공을 처리한다.
하지만 타구의 비거리가 예상보다 짧으면 수비수는 당황을 하게 된다. 또 물기를 먹은 천연잔디는 미끄러워 보통 때보다 타구가 빨라진다. 바운드를 예측하기 어려워 실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축축한 잔디로 인해 부상이 나올 수 있다.
이래저래 프로야구 경기력에 큰 영향을 주는 장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