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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시여.'
무더위에 강행군 경기일정에 피로가 누적되는 이 시기에 휴식을 안겨주는 장맛비는 그야말로 '단비'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찌푸린 날씨의 연속에다 우천취소가 자주 이어지는 바람에 일찌감치 야구장 나들이를 포기하는 팬들이 급증하는 상태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관중집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달 26일 역대 최소경기(255경기) 만에 400만관중을 돌파할 때까지만 해도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5751명이었다.
그러나 7월 들어 장마전선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우천취소가 많아졌고 17일까지 총 33경기밖에 치르지 못하는 과정에서 평균 관중은 1만4216명으로 10%가량 감소했다.
이른바 '장마철 불경기'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구단 입장에서는 야구흥행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럴 때 야구팬들의 관심을 폭발시키는 빅매치나 화제집중의 출전카드가 등장한다면 '장마철 불경기'를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장맛비는 여지없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 최고 희생양은 한화와 넥센이다.
올스타전 브레이크(20∼23일)에 앞서 펼쳐지는 전반기 마지막 3연전 한화-삼성전에서는 일단의 부동의 흥행카드가 있다. 삼성 이승엽의 한일 통산 500홈런 대기록이다.
17일 현재 이승엽은 500홈런에 1개 만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홈런공장이라 불리는 대전구장에서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자 팬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허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이승엽을 상대해야 하는 한화는 또다른 흥행카드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올시즌 최초의 박찬호와 류현진이 동반출격하는 이색 장면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한대화 감독은 당초 오는 19일 삼성전에 선발 로테이션 순서대로 박찬호가 선발 등판하면 류현진을 중간계투로 투입하는 카드를 꺼내려고 했다.
올스타전 브레이크에 따른 장기간 휴식 부담을 줄여주고 삼성전 필승전략을 위한 비장의 승부수였다. 야구계로서는 한국야구의 신-구 에이스가 함께 출격하는 그림 자체가 그럴 듯했다.
박찬호와 류현진은 지난 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때 두 차례 동반출격해 모두 성공한 적이 있어 주변의 관심도는 더욱 높았다. 지난 2월 29일 KIA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 박찬호가 3이닝 1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두 번째 투수 류현진이 3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주일 뒤인 3월 7일 LG와의 연습경기서는 류현진 선발, 박찬호 중간계투로 순서가 바뀌어 총 4⅔이닝 동안 무실점의 완벽 방어를 합작했다.
이처럼 환상적이었던 두 스타의 동반출격이 이번에는 장맛비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지난 14, 15일 이틀 연속 발생한 우천취소가 원흉이다. 이 과정에서 김혁민-류현진의 선발 일정이 17, 18일로 연기됐다. 13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는 예정대로 19일 출전한다.
류현진이 당초 예정대로 14일 롯데전에 출전했더라면 4일 휴식 뒤 19일 경기에서 박찬호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18일 등판한 뒤 바로 다음날 중간계투 피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화가 삼성전 승리를 위해 18일 류현진 등판때 전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장맛비로 인한 흥행에 찬물 끼얹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올시즌 최고의 빅매치라고 기대받았던 박찬호-김병현(넥센)의 선발 맞대결도 피해를 봤다.
박찬호와 김병현은 지난달 8일과 지난 5일 목동구장 경기에서 두 차례 선발 로테이션이 겹치는 상황을 맞았다. 야구팬들에게는 1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행운의 볼거리였다.
하지만 두 경기 모두 비로 인해 냉정하게 취소되고 말았다. 구단과 야구팬 모두 하늘을 바라보면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박찬호-류현진의 동반출격 무산으로 야구판에서는 '하늘이시여' 탄식이 높아질 전망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