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을 위해, 비를 원한 한화 홈팬들

기사입력 2012-07-18 19:46


한화 류현진이 18일 대전 삼성전 1회에 강봉규에게 3점홈런을 내준 뒤 포수로부터 공을 받고 있다.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대전구장에 조금 늦게 입장한 한화 팬들은 눈을 의심했을 것이다. 전광판의 1회초 삼성 공격 칸에 6이란 숫자가 쓰여졌기 때문이다. 이날 한화 선발은 왼손 에이스 류현진이었다. 몇몇 팬들은 전광판 오작동을 의심했을 지도 모르겠다.

류현진 본인 경력 최악의 피칭

한화 류현진이 본인의 역대 1회 최다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18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 등판, 1회에만 6안타(1홈런 포함)와 2볼넷으로 6실점(6자책)을 기록했다.

피칭 내용이 평소의 류현진답지 않았다. 변화구를 많이 던졌고 제구력 난조로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지 못했다. 첫타자 배영섭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고 후속 박한이는 희생번트. 1사 2루에서 이승엽에게 3구째에 132㎞짜리 변화구를 던졌다. 이걸 이승엽이 중심이 무너지면서도 툭 대면서 잘 쳤다. 좌중간 안타가 되면서 류현진은 첫번째 실점을 했다.

이어 박석민과 최형우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 위기에 몰렸다. 두 타자에게 공 9개를 던졌는데 한차례 헛스윙을 제외하면 8개가 볼이었다. 최형우는 스트레이트 볼넷이었다.

뭔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인 류현진은 진갑용에게 2타점짜리 적시타를 내줬고, 그후 강봉규에겐 좌월 3점홈런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6실점이 됐다.

1회 최다실점, 경기 최다실점 불명예

류현진은 1이닝을 기준으로는 지난해 4월 LG전에서 6점을 내준 적이 이미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4회였다. 경기 개시 타이밍인 1회에 6자책점을 내준 건 데뷔후 처음이다. 지난 5월2일 LG와의 경기에서 1회에 5자책점을 기록했었는데, 몇개월 지나지 않아 본인의 1회 최다 자책점을 또 넘어선 것이다. 류현진은 2회에도 진갑용에게 적시타를 맞아 7점째를 내줬다.


2006년에 데뷔한 류현진의 기존 한경기 최다 실점 및 자책점은 7점이다. 2007년 5월11일 대전 두산전에서 5⅓이닝 10안타 7실점(7자책)을 기록했다. 이것마저 넘어버렸다. 류현진은 3회에 선두타자 조동찬에게 초구에 128㎞짜리 서클체인지업을 던졌다가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역대 최다인 8실점(8자책)이 기록된 장면이다.

조동찬의 홈런 직후 한화 벤치는 류현진을 내리고 송창식을 올렸다. 류현진의 최종 기록은 2이닝, 투구수 70개, 9안타(2홈런), 2볼넷, 2탈삼진, 8실점(8자책)이다.

류현진의 패전을 원치 않은 홈팬들

이날 관중석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한화가 0-7로 뒤진 가운데 2회말에 접어들기 직전에 대전구장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관중석에선 우산을 펴는 모습과 함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5회를 채우지 못하면 정규경기로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중석에선 "경기 그만해!" 하는 함성이 나오기도 했다. 에이스 류현진의 패전을 원치 않는 의미였을 것이다. 5회 이전에 비로 중단되면 노게임이 선언되고 모든 기록은 공중으로 사라진다. 3회초에 접어들 시점에 빗줄기는 한차례 가늘어진 뒤 그후에도 4회까지 상당히 내리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8일 대전 SK전 이후 열흘만의 등판이었다. 당초 14일부터 선발로 잡혀있었지만 비 때문에 계속 뒤로 밀렸다. 보통 선발투수들이 비로 경기가 취소되더라도 3일 연속 대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1승이 아쉬운 한화로선 류현진을 쓰지 않고 전반기를 마감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등판 일정이 꼬이면서 류현진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게 이날 부진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대전=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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