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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95년 이후 17년만에 광주구장 불펜에서 피칭을 한 선동열 감독. 빨간 스파이크는 윤석민 제공이다.제공=KIA타이거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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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에게 광주구장 불펜은 추억의 장소다.
불펜에 선다는 건 해태의 승리를 의미했다. 때론 무력 시위의 장소이기도 했다. 불펜에만 서도 상대팀은 경기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무등산 폭격기', '국보급 투수'. 무수한 별명들을 탄생시켰던 광주구장 불펜. KIA 선동열 감독이 그곳에 섰다. 무려 17년 만이었다.
태풍 '카눈'의 전조가 느껴졌던 18일 광주 무등구장. 선동열 감독이 1루쪽 KIA 불펜에서 피칭을 했다. 오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일 레전드 올스타 매치에 선발 출전에 대비한 준비 운동 캐치볼로 가볍게 몸을 푼 뒤 22개의 피칭을 했다. 현역 시절 트레이드 마크였던 슬라이더를 집중 점검했다. 스피드는 120㎞대에 머물렀지만 슬라이더 각도만은 여전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선수들도 입을 쩍 벌릴 정도. "감독님 슬라이더 갖고 싶다"는 서재응의 탄성은 진심이었다. 공을 받은 불펜 포수 전경호는 "스피드는 물론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님 슬라이더만큼은 정말 대단했다. 여느 현역 선수 못하지 않다"며 혀를 내둘렀다.
습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덕아웃으로 돌아온 선 감독은 "(레전드 올스타 준비 차원의) 처음이자 마지막 피칭"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어 "1이닝을 던질 예정인데 20개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웃었다. 선 감독은 빨간색 스파이크를 벗으며 "(윤)석민이가 빌려준 새 스파이크인데…"라며 흙을 툭툭 털었다. 선 감독은 여전히 위력적인 슬라이더에 대해 "사실 나는 체격에 비해 손이 작아 나름 변형된 슬라이더 그립을 쥐고 던진다. 손으로도 뺄수 없을만큼 중지를 강하게 잡고 직구 던지듯 던진다. 선수들에게 가르쳐주려 해도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잇단 주위의 찬사에 머쓱한 표정을 짓던 선 감독은 "이 참에 선수 등록해볼까"라며 껄껄 웃었다. 지나가던 이강철 투수코치와 최향남에게는 "내가 마무리 해볼까?"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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