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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동열 감독은 냉철한 승부사다.
특히 투수교체 타이밍에 대해서는 철저하다. 최고 투수 출신답게 본인의 눈을 믿는다. 투구수에 따른 구위 변화를 면밀히 체크한다. 교체 시점이라 판단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삼성 감독 시절부터 그랬다. 늘 교체 타이밍이 한 템포 빨랐다. 그러던 선 감독이 드물게도 '예외'를 인정했다. 베테랑 투수 서재응에 대해서였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서재응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부담 탓인지 '킬러' 오재원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2사 만루. 이번엔 불펜에서 몸을 풀던 투수들이 벤치를 쳐다 봤다. 투구수 115개. 또 한번 교체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선 감독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서재응을 통해 이닝을 마치겠다는 뜻이었다. 이날 승리가 절실했던 선 감독 입장에서는 중요한 결단이었다. 설령 게임을 놓치더라도 서재응의 마음이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다행히 서재응은 정수빈을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며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서재응은 6이닝 2실점으로 시즌 9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시즌 4패째(4승). 선 감독도 서재응의 잇단 불운이 영 마음에 쓰였던 것 같다. 경기 전 "재응이가 운이 없다. 잘 던지고도 승수를 따내지 못한 경기가 너무 많다. 타자들에게 뭔가 해줘야 되는것 아니냐"며 안쓰러운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직전 등판이었던 8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1-1 동점이던 4⅔이닝만에 강판됐다. 잘던지고 있었고 투구수도 72개 밖에 안됐다. KIA가 2대1로 이겼지만 서재응은 승리투수가 될 수 없었다.
선 감독으로선 여러모로 서재응이 안쓰러웠던 상황. 6회를 마쳐 혹시 모를 6회말 역전을 기대했으나 KIA 타선은 침묵했다. 마운드에 있는 동안 단 1점도 올리지 못했다. 투수 교체에 단호한 선 감독의 이례적 손사래. 서재응의 불운과 선 감독의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선 감독은 경기후 이렇게 말했다. "재응이가 초반 실점에도 불구, 잘 던져줬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