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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런 것 같다.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속에서 가수 길은 강한 캐릭터가 아니다. 다른 캐릭터들이 워낙 오래 호흠을 맞춰왔고, 또한 톡톡 튀는 애드리브와 갑작스런 상황설정 유머에 강하다. 이처럼 센 캐릭터들 속에서 길은 아직까지는 묻히는 경우가 많다.
사이드암 심창민은 전반기 28경기에서 2구원승2패, 3홀드에 방어율 1.95를 기록했다. 시속 145㎞를 던질 수 있는 사이드암의 위력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다. 처음에는 거의 패전조처럼 등판했지만 갈수록 중요한 순간에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심창민은 삼성 불펜진 속에 섞여있을 때엔 여전히 묻힌다. 정현욱 안지만 권오준 권 혁 오승환 등 쟁쟁한 선배 투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삼성 불펜이기에, 심창민은 그 안에선 톡톡 튀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삼성 선수들과 코치들은 말한다. "심창민은 만약 다른 팀에 가면 무조건 필승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투수"라는 것이다.
지난 18일과 19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삼성 불펜은 흥미로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우선 18일 경기. 이날은 한화 선발 류현진이 일찌감치 무너졌기 때문에 삼성은 편안하게 투수진을 운용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전반기 마지막 일정을 앞두고 투수진이 거의 모두 대기 상태였다. 경기 후반에 불펜에서 "누가 던질래?" 하고 투수코치가 묻자 무려 4명의 투수가 "저요, 저요" 하면서 손을 들었다고 한다. 역시 불펜에서 대기했던 배영수는 "정말 재미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연장 15회까지 가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19일 경기에선 삼성 선발 고든이 초반에 5실점하며 무너졌다. 그런데 그후 삼성은 투수력으로 버텼다. 위기 상황이 몇차례 있었지만 끝내 추가 실점 없이 끝까지 막았다. 그러자 타선에서도 점수를 뽑아주면서 결국엔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승부에서 승리했다.
한 가지 의미하는 바가 있는 경기였다. 삼성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작정하고 투수력으로 승부를 거는, 타이트한 순간에선 심창민은 결국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쟁쟁한 선배들에 비해 내공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은 것이다. 만약 삼성이 추가 실점을 했다면 그후엔 심창민이 등판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심창민은 또한번 심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삼성 투수진이 강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안에 있는 젊은 유망주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게 삼성 투수진이 갖는 또 하나의 힘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