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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는 영원했다.
은퇴 0~5년차(총 8명, 이종범 양준혁 송진우 정민철 김동수 김한수 전준호 장원진) MVP : 이종범
경기에 앞서 일본 레전드 팀에서는 농담 섞인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종범에 대해 "부정선수가 아닌가"라는 항의였다. 은퇴 후 수 년에서 십 여년이 지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지난 5월에 은퇴식을 치른 이종범은 '현역선수'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통산 16시즌 동안 2할9푼7리의 타율과 194홈런, 510도루를 기록한 이종범은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빛을 뿜었다. 특히 7회 2사 후 일본 8번타자 후지모토가 친 안타성 타구를 앞으로 전력 질주해와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낼 때는 현역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 했다. 결국 이종범은 이날 경기 후 공식 MVP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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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은퇴 후 5년 이상이 지나면 현역 시절 만들어놨던 근육들은 대부분 풀린다고 한다. 그나마 프로팀 코치로 현역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가끔씩 운동을 할 수 있지만, 급격한 세월의 역풍에 몸상태는 금세 일반인처럼 바뀐다.
하지만, 수 십년 동안 야구장에서 흘린 땀방울은 그들의 DNA에 각인돼 있었다. 한화 한용덕 수석코치가 그것을 몸소 증명해냈다. 한 수석은 이날 2-0으로 앞선 4회 한국팀 네 번째 투수로 등장했다. 첫 상대는 일본 4번타자 기요하라. 그러나 프로 17년간 통산 120승(118패) 평균자책점 3.54를 달성하며 레전드 반열에 오른 한 수석은 기요하라를 거침없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를 시작으로 한 수석은 2이닝 동안 6명의 일본 레전드 타자를 모조리 셧아웃 시키며 한국의 승리를 확실하게 지켜냈다. 은퇴 6~12년차 가운데선 단연 돋보이는 활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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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9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KIA 선동열 감독은 한국 레전드팀 선발의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며칠 전까지도 "팀 성적에 신경쓰느라 연습할 겨를이 없다"던 선 감독은 등판 이틀 전인 지난 18일 광주구장에서 처음 불펜피칭을 했다. 과거의 역동적이고 부드러운 투구폼은 여전했다. 특히 은퇴 이후 거의 피칭을 하지 않았음에도 구속이 130㎞ 가까이 나와 감탄사를 자아냈다.
경기 전 "1이닝을 잘 넘길 수 있을 지 모르겠다"던 선 감독은 마운드에 서자 현역 시절 '국보투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첫 상대 이시게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선 감독은 2번 토마시노에게는 잠시 제구력이 흔들리며 볼넷을 허용했다. 선수들에게 "볼넷을 내주느니 차라리 안타를 맞아라"고 그토록 부르짖었던 일이 다소 머쓱해지는 모습. 이어 3번 고마다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2루 위기를 허용했다.
그러나 위기 상황이 되자 선 감독은 다시 현역 시절의 제구력과 구위를 되찾았다.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인 4번 기요하라를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바깥쪽 슬라이더(시속 103㎞)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데 이어 무라카미 역시 스탠딩 삼진으로 처리하며 '나고야의 태양' 시절 보여줬던 막강한 위용을 과시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