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신재웅, 잃어버린 2176일을 되찾은 1승

기사입력 2012-07-26 21:23



"수많은 관중 앞에서 다시 잠실구장 마운드에 서고 싶어요."

지난해 신고선수 신재웅은 머나 먼 잠실을 바라보며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1군 휴식일인 월요일엔 이따금씩 잠실구장에선 퓨처스리그(2군) 경기가 열리곤 한다. 신재웅도 작년에 한 차례 잠실구장 마운드에 선 적이 있다. 지난해 8월1일 두산과의 2군 경기서 9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삼자범퇴로 경기를 마무리한 뒤, 관중석을 바라봤다. 2군 경기였기에 과거와 같은 함성은 없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신재웅은 1년 뒤 꼭 잠실구장 마운드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26일 잠실구장. 2006년 9월8일 대전 한화전 이후 2148일 만에 선발등판한 신재웅은 5⅔이닝 3피안타 2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무려 2176일 만에 거둔 승리다. 직구 구속은 140㎞대 초반에 불과했고 변화구 제구가 신통치 않았지만,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으로 꽂아넣으며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LG 투수들이 무너진 이유였던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투구수는 78개에 불과했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유원상이 안타를 맞아 1실점을 허용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1안타 완봉승으로 충격적인 데뷔 알린 '마조니 주니어'

신재웅은 LG 팬들에겐 아련한 추억 속 선수였다. 2005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LG에 지명된 신재웅은 2년차였던 2006년 8월11일 잠실 한화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뻔 했다. 9회 1사 후 한화 신경현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며 기록이 깨졌지만, 1안타 완봉승을 해냈다. 이전까진 중간계투로 뛰어왔던 그다. 이날이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다.

충격적인 데뷔였지만, 신재웅은 빠르게 LG 팬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그 해 더이상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고, 시즌이 끝난 뒤엔 FA(자유계약선수) 박명환의 보상선수로 두산으로 이적했다.

이후 신재웅의 기록은 없다. 두산 이적 뒤 스프링캠프에서 무리한 탓에 어깨 통증이 왔고, 재활로 통째로 시즌을 날렸다. 그리고 구단과 상의 끝에 군복무를 택했다. 고향인 마산에서 공익근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확히 1년 만인 2008년 말 두산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다시 어깨가 건강해졌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이때 신재웅을 붙잡은 건 친정팀 LG의 차명석 투수코치였다. 차 코치는 무적 신분이던 신재웅에게 "어차피 다시 야구할 것 아니냐. 다른 팀 갈 생각하지 말고 LG로 돌아와라. 열심히 몸 만들고 있어라"고 말했다. 신재웅은 이를 악물고 운동을 시작했다. 소집해제된 뒤 홀로 서울로 상경해 몸을 만든 신재웅은 2010시즌이 끝난 뒤 진주와 남해 캠프에서 테스트를 받고 신고선수로 다시 LG 유니폼을 입었다.


꼬이기만 했던 2012년, 동료들이 도와줬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기대가 컸다. 체력테스트에서 준수한 기록을 보였고, 정식선수로 계약한 뒤 스프링캠프까지 참가했다. 캠프 때 투구수를 100개 가까이 끌어올리며 선발 테스트까지 마쳤다. 이대로면 선발로테이션에도 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캠프 때 오버페이스한 탓일까. 시범경기 때 부상을 입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같은 좌완인 이승우가 호투했던 개막 2번째 경기 선발은 원래 신재웅의 자리였다.

2군에서 절치부심하던 신재웅은 지난 6월3일 잠실 한화전에서 구원등판하며 첫 번째 꿈을 이뤘다. 3⅔이닝 3실점, 기록은 좋지 못했다. 그가 있어야 할 자리는 선발이었다. 5일 뒤인 8일 잠실 두산전. 신재웅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2100일 만의 선발등판을 준비하고 있던 그를 가로 막은 건 갑작스런 비. 경기 30분 전부터 내린 비로 인해 경기는 취소됐고, 신재웅은 다시 2군으로 내려가며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만 했다.

이런 신재웅의 간절함을 알았을까.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던 LG 야수들은 잇달아 호수비를 선보였다. 1루수 '작은' 이병규(배번7)는 두차례나 몸을 던져 타구를 낚아냈고, 정의윤은 펜스에 부딪히면서 뜬공을 잡아냈다. 5회 오지환의 실책으로 1사 2루 상황을 맞았지만, 이병규가 강습타구를 몸으로 막아내며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6회와 8회엔 승리에 필요한 점수까지 뽑아줬다. 누상에 남겨둔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불펜진도 더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유원상(1⅓이닝)-이상열(1이닝)-봉중근(1이닝)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다시 돌아오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아직은 완벽한 1군 투수도 아니다. 하지만 절박함은 결국 그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신재웅의 인생 2막, 이제부터 시작이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시리즈 스윕을 노리는 두산과 연패 탈출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LG가 26일 잠실 야구장에서 만났다.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LG 신재웅이 6회 투아웃을 잡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신재웅은 두산 타선을 꽁꽁 묶고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채 마운드를 내려 왔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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