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쎄, 올해는 다를 것도 같네요."
현재 KIA가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와 헨리 소사는 모두 우완 선발들이다. 원래 선 감독이 지난해 말 처음 KIA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의 구상과는 다르다. 부임 후 선 감독이 구단에 한 첫 요구는 '왼손 선발을 뽑아줄 것'이었다. 팀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그것도 왼손 선발 요원으로 채워야 한다는 게 선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선수 수급시장에서 왼손 선발요원은 매우 희박한 자원이었다. 그래서 KIA의 외국인 투수 선발 작업은 처음에 상당히 난항을 겪었다. 결국 KIA가 선 감독에게 최종 제시한 카드는 오른손 선발+왼손 선발이었다. 앤서니는 당시 오른손 선발 요원로 팀에 합류했고, 왼손투수로는 알렉스 그라만이 선발됐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새롭게 영입한 호라시오 라미레즈에게도 있었다. 라미레즈는 왼손 투수였는데, 결정적으로 선발 체질이 아니었다. 라미레즈는 결국 10경기에서 2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남긴 채 고국행 짐을 쌌다. 여기까지의 과정을 거치자 선 감독이 또 다시 '외국인 투수' 징크스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선 감독은 삼성 사령탑을 맡았던 6년 동안 2006년 한 시즌을 빼고는 늘 외국인투수로 골머리를 썩여왔다. 그래서 대표적인 '외국인 투수복 없는 감독'으로 불려왔다.
앤서니의 반전드라마와 소사의 환골탈태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이후 엄청난 반전드라마를 품고 있었다. 라미레즈를 퇴출하고 새 선수인 소사를 영입했는데, 이 시점부터 앤서니가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하순 경이었다. 당시 선 감독은 "둘 중에 어떤 선수를 바꿀지가 고민스럽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당시 퇴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들은 외국인 투수들이 혼신의 역투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앤서니의 경우는 특히 그러한 반전이 매우 유용하게 적용된 케이스다. 지난 5월 24일 퇴출 선수가 라미레즈로 결정되기 전까지 앤서니는 9경기에 출전해(8경기 선발) 3승4패, 평균자책점 5.56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퇴출 대상에서 벗어난 이후 11경기(선발 8경기)에서 앤서니는 5승3패에 평균자책점 2.34로 급격한 반전을 이뤄냈다. 덕분에 최근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서는 앤서니가 가장 믿음직하다.
라미레즈를 집으로 보내고 KIA가 잡은 소사 역시 초반 문제점을 딛고 '환골탈태'한 투수다. 소사는 155㎞에 달하는 빠른 공을 갖고 있었지만, 초반에 투구습관이 쉽게 노출되고 말았다. 결국 상대팀에 난타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KIA는 소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선 감독과 이강철 투수코치가 소사에 대한 '튜닝 작업'에 들어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초반 4경기에서 3연패를 당했던 소사는 6월 17일 군산 LG전을 시작으로 빠르게 승수를 쌓아나갔다. 이날부터 세 경기 연속 승리를 따낸 소사는 7일 목동 넥센전에서 잠시 주춤하며 패전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시 12일 광주 롯데전부터 25일 광주 넥센전까지 3연승으로 쾌속 전진 중이다.
26일 현재, 이들 두 명의 외국인 선발들은 각각 8승(앤서니)과 6승(소사)을 기록 중이다. 이는 KIA 팀 승리(38승)의 37%에 해당하는 수치다. 두 명의 외국인 선발투수가 14승을 합작했는데, 이는 삼성-롯데와 같은 숫자로 8개 구단 중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17승을 올린 넥센이다.
이 덕분에 선 감독도 외국인 투수들에 대해 한시름 놓은 상태다. 후반기 첫 3연전에서 1패 뒤 2연승으로 위닝시리즈를 따낼 수 있던 것도 소사와 앤서니가 나란히 선발로 나와 승리투수가 된 덕분이다. 그래서 선 감독은 "요즘 같아서는 외국인 투수들에 대한 걱정은 잘 안하게 된다"며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