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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대네. 얘네들이 우리 팀 와서 번트하는 게 낫겠어."
기본기, 150㎞대 강속구 뿌리는 고교 최강 투수를 무너뜨리다
덕수고와 북일고의 4강전. 북일고는 지난해 청룡기 준우승 이후 고교야구 전승 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29연승 행진. 북일고는 고교 최강팀으로 군림하며, 지난해 결승에서 당한 패배를 갚고 청룡기 첫 우승을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컸다.
승부처는 1-1 동점이던 5회. 마운드엔 에이스 윤형배가 두번째 투수로 나와 공을 던지고 있었다. 1사 후 임동휘가 볼넷을 골라나간 뒤 도루를 성공시켰고, 한승택의 우전안타로 1,3루 찬스가 왔다. 타석엔 이번 대회 안타가 없던 김진업. 하지만 김진업은 회심의 스퀴즈 번트로 이날의 결승점을 만들었다. 150㎞대 빠른 공이었지만 침착하게 번트를 댔다. 타구는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홈플레이트와 마운드의 중간 지점으로 향했다. 윤형배는 당황한 나머지 공을 더듬는 실책까지 범했다.
뒤이은 플레이도 압권이었다. 3일이나 휴식을 취한 윤형배는 체력이 넘쳤다. 9회까지 던지는 건 충분해 보였다. 달아나는 점수가 절실한 상황. 이때 2루와 1루에 있던 한승택과 김진업의 더블스틸이 나왔다. 대비도 못했던 북일고 배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결국 덕수고는 김규남의 2타점 적시타까지 나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스퀴즈 번트와 더블 스틸. 프로야구에서도 실패의 위험이 높은 작전들이다. 기본기에 소홀했을 땐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작전이다.
경기가 끝난 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광주일고와의 8강전이 끝나고 이틀 내내 윤형배의 투구패턴에 대비한 훈련을 했다. 더블 스틸과 스퀴즈 역시 미리 준비해 놓은 작전인데 잘 맞아 들어갔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하루에 100개씩 번트 연습을 시킨다고 했다. 기본기를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고교야구 지도자만 19년째다. 그동안 뼈저리게 느낀 사실은 '기본이 돼있는 팀은 쉽게 안 무너진다'는 것"이라며 "기본기가 부족한 팀은 잘 하다가도 경기 막판에 실수가 나온다. 아직 고교 선수라 체격이 왜소하지만, 기본기가 있으면 프로나 대학에 가도 성장과 적응이 빠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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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신일고와 대전고의 4강전 첫번째 경기에선 희귀한 기록이 나왔다. 바로 '중견수 뒤 땅볼'이었다.
0-1로 뒤진 대전고의 3회말 공격. 1사 2루 상황에서 대전고 1번타자 박동언이 친 타구가 중견수 키를 넘겼다. 2루 주자가 홈을 밟아 동점이 됐고, 박동언은 빠른 발을 이용해 3루까지 내달렸다.
겉보기엔 깔끔한 3루타였다. 양팀 덕아웃이 모두 난리가 났다. 하지만 실점한 신일고의 아우성은 추가실점을 막아낸 '어필'이었다. 이유는 바로 '누의 공과' 때문. 박동언은 타구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것을 확인하면서 1루를 돌았다. 하지만 박동언의 오른 발은 1루가 아닌, 베이스 앞 맨땅을 딛고 2루로 향했다. 스텝이 꼬이면서 거리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박동언은 심판진의 확인 후 곧바로 아웃, 중견수 뒤 땅볼로 기록됐다.
야구규칙 7.10 '어필 플레이' (b)항을 보면, 볼 인 플레이 때 주자가 진루 또는 역주하면서 순서대로 각 베이스에 닿지 못하고 몸 또는 밟지 않은 베이스를 태그당하였을 경우 상대방의 어필이 있으면 주자는 아웃된다고 나와있다.
만약 어필이 없다면, 주자는 아웃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일고 덕아웃에서는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 전원이 박동언의 스텝을 정확히 확인해 강하게 어필했다. 신일고 최재호 감독은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유신고랑 경기할 땐 우리가 3루 측 덕아웃을 썼지만, 그때도 누의 공과를 잡아냈다"고 했다.
특히 선수들이 모두 일어나 그 순간을 잡아낸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는 코칭스태프가 평소 기본을 중시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 감독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모든 고교팀이 베이스러닝 훈련을 하지만 부족한 면이 분명 있다. 선수들은 한 베이스라도 더 가려고 애쓴다. 여기에 집중해서 가장 중요한 걸 놓치는 때가 있다. 누의 공과가 자주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일고는 당초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지만, '실책 0'의 탄탄한 야구로 3년 만의 청룡기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그의 마지막 말이 압권이었다. 팬들의 큰 관심과 사랑에 타성에 젖어있는 프로 선수들도 되새겨봐야 할 듯한 말이었다. "우리는 학생 야구다. 학생은 기본과 예의가 먼저다. 야구는 그 다음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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