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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진작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까.
바티스타는 지난해 시즌 중반 대체용병으로 와 27경기서 3승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20를 기록했다. 150㎞대 강속구를 시원시원하게 꽂아대는 피부색 다른 마무리투수. 바티스타의 성공으로 외국인선수는 마무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선입견도 조금씩 깨졌다. 두산(프록터)과 LG(리즈, 현재 선발로 전환)도 뒷문을 외국인선수에게 맡겼다.
하지만 바티스타의 '코리안 드림'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2년차였던 올시즌 제구 불안을 노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결국 바티스타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선발로 전환됐다. 당시 유창식, 양 훈이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거르게 돼 선발투수가 부족했다. 검증된 구위를 갖고 있는 바티스타 외에 대안이 없었다. 또한 바티스타를 이대로 불펜에서 썩혀둘 수 없었다. 새로운 테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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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에서도 제구 문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볼넷은 겨우 1개. LG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가면 범타, 안 나가면 삼진이었다. 절반 가까이 던진 직구는 스피드건에 148~152㎞로 기록될 정도로 꾸준했다. 강력한 직구를 바탕으로 컷패스트볼에 가까운 날카로운 140㎞대 고속 슬라이더, 130㎞대 파워커브까지. 마치 두자릿수 승수가 검증된 선발투수를 보는 듯 했다.
부담감 큰 중간계투, 선발이 오히려 편하다?
며칠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다. 어떻게 이런 변신이 가능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멘탈'이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물론,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바티스타의 부진을 "정신력의 문제"로 평가했다.
승리가 자신의 손에 달린 상황,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기 시작하자 볼넷에 대한 두려움이 그를 옭아맨 것이다. 볼넷을 내주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가운데로 던진 공은 위력도 없었다. 타자에겐 너무나 손쉬운 공이었다. 4사구와 폭투, 난타 당하는 패턴이 자연스레 반복됐다.
이제 갓 1군에서 선발 기회를 잡은 모 구단 투수의 말이 떠올랐다. 대개 이런 투수들의 경우 때에 따라 중간계투를 겸하는 일이 많다. 이 투수는 "선발로 나갈 때가 훨씬 마음이 편했다. 특히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선 미치겠더라"며 "1점이라도 허용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컸다. 적당한 긴장감을 넘어 부담감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닝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오르기도 하지만, 불펜투수에게 주자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의 등판은 일상적인 일이다. 이 주자들의 득점을 허용하면,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앞선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상승한다. 투수에게 가장 소중한 기록이 평균자책점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실점했을 땐 미안한 마음부터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혼자 풀어가는 선발투수의 경우 부담이 없다. 못 던져도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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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중요한 이유가 있다. 선발과 마무리의 완전히 다른 성격 탓이다. 선발투수는 보통 등판일에 맞춰 자신의 운동 스케줄을 소화하면 된다. 지정된 운동만 소화하면, 그 날은 편안하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면 된다. 투수가 개인적이다, 이기적이다는 말을 듣는 것도 보통은 선발투수의 얘기다.
하지만 마무리투수는 다르다. 언제든 등판을 준비해야 한다. 연투가 이어져 코칭스태프가 완전히 휴식을 주는 날도 있지만, 이런 경기도 투수가 다 떨어지거나 하는 긴급 상황이 오면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라가야 한다. 개인보다는 팀이 중요하다. 말도 안 통하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외국인선수들은 아무리 팀에 녹아든다 해도 선발이 편할 수 밖에 없다.
올시즌 야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마무리 보직을 경험하고 있는 LG 봉중근은 "등판 전 체력 관리가 가장 힘들다. 갑자기 몸을 풀어야 될 때도 있고, 등판을 준비하다 못 나가게 되는 일도 다반사다. 어떻게 힘을 분배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을 정도다. 산전수전 다 겪은 봉중근도 생경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같은 투수지만, 선발과 마무리는 완전히 다른 보직이다.
바티스타는 체력 하나는 검증된 선수다. 마무리로 뛸 때에도 연투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고국 도미니카의 더위 탓에 무더위도 문제될 게 없다. 바티스타가 가진, 타고난 체력이 선발로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투구수가 90개에 육박해도 전혀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긴 이닝, 더 많은 투구수를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빠른 공을 뿌리는 마무리투수,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선발로 잘 써먹으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선발 바티스타의 능력은 어디까지 일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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