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바티스타 알고보니 선발체질 왜?

최종수정 2012-08-09 09:42

8일 대전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선발 바티스타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8.08/


"진작에 선발시키고 싶었는데…"

최하위 한화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지독하게도 외국인 선수 복이 없다.

현재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 1명으로 싸우는 중이다. 당초 외국인 투수 배스를 데리고 시즌을 시작했다가 함량미달로 나타나자 보강한답시고 영입한 션 헨마저 기대이하가 되자 또다른 대체선수없이 퇴출시켜버렸다.

이처럼 우울한 한화에 그나마 웃음을 안겨주고 있는 게 유일하게 남은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다.

바티스타는 션 헨이 퇴출(7월 24일)된 이후 곧바로 선발로 보직을 전환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난 한화로서는 긴급처방이었다. 지난해 시즌 중반 한화에 입단해 팀내 최고의 마무리로 각광받았다가 올시즌 들어서는 마무리는 물론 중간계투로도 시원치 않았던 터라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모험이 외국인 선수 복이 없어서 시즌 내내 울며 지내왔던 한화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알고보니 선발체질이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요즘 바티스타를 보면 1년전을 떠올리며 아쉬워한다. 한 감독은 "작년 8월에 이미 바티스타의 선발 전환을 추진했었다. 한데 선수 본인의 의사가 중요해서 진지하게 면담을 했는데 마무리가 편하다며 선발을 고사하더라. 때마침 마무리 피칭을 잘하고 있어서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막상 선발로 전환시켜보니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으니 진작에 밀어붙이지 못한 후회가 없지는 않은 것이다. 한 감독은 "그동안 불펜자원으로 뛸 때와 비교하면 이닝, 투구수가 훨씬 많아졌는데도 지친 기색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제구력도 되레 향상됐다"며 바티스타가 주는 안정감에 호평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바티스타는 8일 두산전에서 한화 입단 이후 가장 많은 7⅔이닝을 던지며 3안타, 4사구 2개, 3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하고도 남았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지만 요즘 한화 선발진의 형편을 보면 가장 믿음직했다. 바티스타는 선발 전환 후 3경기에서 2승1패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도 1.77에 불과했다. 직구 최고시속이 154km에 달할 정도로 구위가 좋았고 들쭉날쭉했던 제구력도 언제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렸다.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하기까지 준비과정이라고는 2군에서 두 차례 등판한 게 전부였다. 그런 그가 선발로 성공하고 있는 것은 뼛속 깊숙히 선발체질이었기도 하거니와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소심증이 사라졌다

바티스타는 너무 착해빠진 나머지 겉보기와 달리 소심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마무리 시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하늘을 향해 경의를 표하는 과도한 세리머니를 하는 것도 극도의 압박감으로 간이 콩알만해졌던 자신의 본심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게 동료 포수들의 증언이다. 그랬던 그가 불펜의 압박감에서 해방되니까 물만나 고기가 된 것이다. 바티스타를 상대한 투수코치 출신 김진욱 두산 감독은 "불펜자원으로 등판하면 실점은 물론 볼넷 하나라도 내주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상상을 초월하지만 선발은 1∼2점 내주더라도 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면서 "바티스타는 선발로 전환하니까 여유롭게 피칭하는 게 눈에 보인다. 그러니 제구력도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풀리지 않아 패하는 경우가 많은 한화다. 그런 팀 사정에서 소심하기까지했던 바티스타에게 불펜의 부담을 덜어준 게 약이 된 것이다. 바티스타는 선발 전환 이전과 이후의 땅볼-뜬공 비율이 0.85에서 1.80으로 크게 달라졌다. 그만큼 마음 편히 공격적으로 던지고 있다는 증거다.

가족과 동료의 힘이 도왔다

바티스타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외국인 선수지만 정서는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바티스타는 현재 아내와 아홉살 난 아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지난 6월 7일 입국한 그의 가족은 오는 9일 돌아갈 예정이다. 구단에서 기대했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돌아갈 참이다. 구단은 바티스타가 불펜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자 심리적으로라도 안정을 찾으라고 가족을 불러들였다. 바티스타의 통역을 맡은 허승필씨는 "바티스타는 아내가 차려주는 식사만으로도 행복해 했다"면서 "국내 선수들과 잘 어울리기는 했지만 마음이 여려서 혼자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족과 지내면서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의 변함없는 믿음이 있었다. 몇 경기 못던졌다고 책망하는 이가 없었다. 코칭스태프는 "안되는 제구 너무 신경쓰지 말고 얻어맞더라도 네가 자신있는 공을 던져라"라고 끈질기게 기를 세워줬다. 선수들은 바티스타의 소심성을 잘 알기에 부진했을 때 일부러 대수롭지 않게 대해주는 게 최선이었단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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