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본색' 김진욱감독-양의지 유쾌한 신경전

최종수정 2012-08-10 09:54

1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2012 프로야구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두산 김현수의 희생 플라이때 홈에 들어온 오재원이 김진욱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8.01.


"어떻게 골려먹지?"

두산 김진욱 감독은 현역시절 별명이 '주윤발'이다.

사실 지금도 이 별명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영화배우를 연상케하는 여전히 빼어난 외모와 학자풍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가 조화롭다.

보기만 해도 드라마속 장군같은 풍모를 풍기는 그는 올시즌 작년의 부진을 털고 약진하는 두산의 진정한 '두목'같다.

하지만 그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겉보기와 달리 그런 '장난꾸러기'가 없다는 게 두산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조금 비약하자면 '괴짜'같기도 하다.

진짜 주윤발은 '영웅본색'에 출연했지만 야구판 주윤발은 '장난본색'을 연출하는 중이다.

김 감독은 중학교 시절 대학 교재로나 사용할 만한 '운동학 개론'이란 몹시 두꺼운 책을 몇 번이나 정독한 뒤 지금도 스포츠 이론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한다.


동네 헌책방에 들렀다가 감당도 못할 책을 덜컥 살 정도로 호기심 가득한 '괴짜'였던 것이다.

그런 김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장난꾸러기'로 유명했단다. 훈련을 마치고 목욕탕이라도 가는 날이면 동료들은 모두 김 감독을 피했다.

그의 장난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김 감독의 장난 레이더에는 감독, 코치는 물론 구단 사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죽하면 사장이 목욕탕에 가면 김 감독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입장했을까.

그렇다고 짓궂은 장난은 아니다. 샤워기 틀어놓고 머리 감을 때 뒤에서 몰래 샴푸를 계속 짜대는 정도다. 과거 한 오락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개그맨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와 비슷한 코미디다.

한 번은 구단 사장님과 닯았다는 이유로 생면부지의 일반인이 사장인 줄 알고 똑같은 장난을 쳤다가 뒤늦게 번지수를 잘못 찾은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 남자가 씩씩거리며 범인을 찾으려고 할 때 ㅗ모른 척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고.

지난해 2군 코치로 일할 때에는 '청양고추 먹이기'가 일상이었다. 당시 2군 매니저로 함께 일했던 박준호 홍보팀 대리가 환상의 파트너였다. 식사 때마다 밥 숟가락 들기 전에 청양고추 5개를 가져다가 가위 바위 보에서 진 사람에게 억지로 먹이는 내기를 한 것이다. 몹시 한적한 곳에 떨어진 경기도 이천의 2군 캠프에서 이런 장난이라도 없으면 적적해서 살기 힘들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장난꾸러기' 김 감독은 막상 1군 사령탑이 되고 나니 장난기가 확 줄었다. 지난해 부진했던 팀 성적을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감, 숨가쁘게 돌아가는 경기일정, 감독으로서의 체통 등의 이유 때문에 미처 '본성'을 드러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지내온 것이다.

이제 감독생활에 적응이 좀 됐는지 김 감독은 서서히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할 조짐이다. 그의 레이더망에 포수 양의지가 딱 걸렸다. 양의지는 김 감독이 "선수들 중에 가장 성격이 좋고, 발전 가능성도 많은 미래의 재목"이라고 극찬하는 선수다.

그런 양의지를 상대로 요즘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경기 중에 덕아웃으로 돌아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면 상대를 골려먹을까 두뇌싸움을 한다는 것.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척하다가 손을 잽싸게 피해서 헛손질을 하게 만들려고 하는 게 주요 레퍼토리다.

김 감독은 지난 8일 한화전에서 양의지가 4타석 모두 초구를 쳤다가 안타 1개, 범타 3개를 기록하자 "어차피 초구에 빨리 휘두르고 끝낼거니까. 훈련만 마치고 빨리 서울로 돌아가라"며 내내 약을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9일 한화전에서는 볼카운트를 기다리는 자세를 보인 양의지는 "집에 가라"는 감독의 말에 능글맞게 대답하며 좀처럼 당할 기세가 아니었다.

그러자 김 감독이 비장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양의지의 포수 마스크에 잉크를 묻혀놨다가 양의지가 마스크를 벗었을 때 얼굴에 잉크 화장을 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진과정이 쉽지 않다. 김 감독은 "마스크 안면을 보니 가죽이 아니라 헝겊이라서 잉크를 바르면 스며들게 돼있어 효과가 없겠더라"고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장난본색'이 아니다. "주사기를 이용해서 잉크를 찔러넣어볼까?"

두산 관계자는 "김 감독의 애교스러운 장난기는 오래 전부터 분위 메이커였다"면서 "선수들과의 친근감과 교감을 올리는데 훌륭한 촉매제가 된다"며 그저 웃기만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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