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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록에서는 최고 에이스로서 크게 부족한 게 없지만 승수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한다. 한화가 앞으로 3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류현진이 앞으로 등판할 수 있는 기회는 6∼7회 정도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해야 10승 달성이 가능하지만 현재 승률(0.417)로 볼 때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가 희박한 게 현실이다. 류현진이 데뷔(2006년)한 이후 이처럼 저조한 적은 없었다.
지독하게 불운했다?
류현진이 처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소속팀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약체로 꼽히는 한화라는데 있다. 류현진은 17일 LG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시즌 15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총 20경기 출전했으니 놀라운 방어능력이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가 승리로 이어진 것은 5번에 불과하다. 나머지 10차례 퀄리티스타트는 4패를 했거나 승패로 기록되지 않은 헛수고였다. 국내 선발 투수 가운데 퀄리티스타트 대비 가장 낮은 승률(0.333)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류현진이 출전한 20경기 가운데 10경기가 1득점 이하(무득점 4경기, 1득점 6경기)였다. 한화 타선이 류현진의 등판 경기에서는 득점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이다. 퀄리티스타트 경쟁자인 다른 투수들과 비교하면 류현진이 얼마나 불운한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18일 현재 최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나이트(넥센)는 20경기 12승2패를 기록했고, 류현진과 공동 2위인 니퍼트(두산)는 10승4패, 유먼(롯데) 10승1패, 주키치(LG) 8승2패를 각각 기록했다. 한화는 18일 현재 팀평균자책점과 구원투수 평균자책점이 모두 최하위이고, 득점권 타율에서는 전체 6위다. 한화는 공동 6위에 그친 지난해만 하더라도 득점권 타율 2위(0.287)로 1위 팀 롯데(0.290)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점수를 뽑아주지 못하고, 불펜에서 받쳐주지 못하는 이런 현실에서 류현진 혼자 호투를 해봐야 효과를 거두기 힘들었던 것이다.
"불운탓만 할 수는 없다"
투수 출신인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다른 시각으로 류현진의 문제를 진단했다. 류현진 내부에도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에서 현역생활을 했던 그는 아들같은 류현진에게 유독 애정이 많은 야구인이다. 그런 그가 류현진 탓을 하자는 게 아니라 안타까운 심정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매순간 류현진이 던지는 공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한다"는 이 위원은 "종전에 비해 류현진 투구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 특히 주무기인 서클 체인지업의 경우 예리하게 떨어지는 맛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위원이 특히 강조하는 대목은 저하된 위기관리 능력이다. "17일 LG전의 경우 1사 3루 등 실점위기를 맞았을 때 류현진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런 위기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위력적인 투구로 든든하게 막아주는 게 류현진의 본모습인데 그러지 못했으니 LG에게 분위기를 빼앗겼고, 한화는 힘들어졌다"는 게 이 위원의 해석이다. 예전에는 '류현진이 한 번 마음 먹었다 하면 점수를 내주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주변에서 류현진의 불운을 탓하기에 앞서 류현진이 스스로 더 강해지면 된다"고 충고했다. 팀 선배 김태균도 최근 농담삼아 "현진이가 먼저 무실점으로 잘 막아주면 타선에도 큰 힘이 된다"고 꼬집은 바 있다.
류현진이 약해진 원인은?
이 위원은 "류현진이 그동안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는 말로 류현진이 약해진 원인을 진단했다. 몸이 강철 덩어리가 아닌 이상 류현진처럼 줄기차게 던져온 선수라면 힘이 떨어질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류현진은 처음으로 규정이닝(133이닝)을 채우지 못한 작년(126이닝)을 제외하고 데뷔 후 5시즌 연속 해마다 165∼211이닝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데뷔 7년 만에 개인통산 1000이닝, 최연소-최소경기 1000탈삼진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현재 류현진은 통산 183경기에 출전해 1216⅓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당 평균 6⅔이닝을 꾸준히 던진 것이다. 프로에서 뿐만 아니라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주요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에이스라는 이유로 혹사를 감수해야 했다. 프로 7시즌 동안 작년에 부상 때문에 할 수 없이 2개월 가량 쉰 것 말고는 제대로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 여기에 류현진은 한화의 팀 사정상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등판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심신이 피곤해진 것이다. 이 위원은 "류현진은 정신력이 유독 강하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을 배제하더라도 지친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면서 "그런데도 평균자책점 3점대를 유지하는 것은 류현진의 탁월한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