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롯데의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21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선발투수로 나왔던 이용훈이 2회말 삼성 최형우를 상대한 후 담에 걸려 이상을 호소하자 양승호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이야기를 나눈 후 교체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21/
"앞으로 계속 건강하게 던지는 게 중요하니까"
21일 대구구장. 2회말 1사 후 마운드로 다가온 롯데 주형광 투수코치는 망설이고 있었다. 마운드 위에 서 있던 투수 이용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 던질 것인가, 그만 마운드를 내려갈 것인가. 그때 결단을 내린 것은 바로 양승호 감독이었다. "용훈하, 찜찜하면 내려가라. 오늘만 날은 아니다".
삼성과 롯데의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21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롯데 이용훈의 갑작스런 담증세로 마운드에 오른 진명호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21/
양승호 감독은 22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전날의 빠른 결단에 대해 "감독의 입장에서는 지금 한 경기 승패보다 선수를 보호하는 게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전날 상황은 이랬다. 롯데 선발로 나온 이용훈은 1회말 삼진 1개를 포함해 삼성 세 타자를 손쉽게 잡아냈다. 몸상태도, 구위도 모두 좋았던 이용훈은 2회말에도 선두타자 최형우를 삼진처리했다. 그런데 최형우를 삼진처리하고 난 이용훈이 덕아웃 쪽으로 이상신호를 보냈다.
공을 던지고 난 뒤에 등근육쪽에 통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알고보니 최형우에게 공을 던지는 과정에서 앞으로 내딘 왼쪽 디딤발이 미끄러지면서 신체 밸런스가 무너졌고, 이로 인해 등근육이 순간적으로 놀라 담증세가 나타난 것이었다. 주형광 투수코치는 마운드에서 이용훈과 긴 대화를 나누며 상태를 체크했다. 워낙 경기 초반에 일어난 돌발 상황이라 쉽게 교체하기 어려운 타이밍이다. 후속 투수도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이용훈 본인도 "약간 결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서 주 코치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양 감독의 입장은 명쾌했다. 양 감독은 "이용훈에게 상태를 물어봤더니 좀 찜찜하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무조건 그만 던지라고 했다. 이용훈이 오늘만 던지고 말 것도 아닌데 무리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괜히 다치면 더 손해 아닌가"라고 이용훈에게 강판을 지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용훈을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양 감독은 또 다른 모험을 시도했다. 진명호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양 감독은 "진명호는 앞으로 롯데가 키워야 할 투수다. 본인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다"면서 "상대가 1위 팀에 14승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에이스지만, 진명호에게 마음껏 던져보라고 했다. 솔직히 손해볼 게 없지 않나. 다행히 명호도 위축되지 않고 제 기량을 잘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이날 진명호는 5회까지 3⅔이닝을 1안타 3볼넷 4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사실 4회말 2사 1, 2루가 됐을 때 진명호를 바꿀까도 고민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수코치가 '감독님, 5회까지는 믿고 맡겨보시죠'라고 제안하더라. 그 말을 믿고 꾹 참았다.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며 진명호가 승리투수가 될 수 있던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양 감독의 결단은 선발 투수를 보호하는 동시에 기대주를 성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양 감독은 "이용훈의 경우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 한 차례 정도 로테이션을 거른 뒤에 다시 정상적으로 선발 임무를 맡게될 것"이라고 덧붙이며 우천 취소가 된 경기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