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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2010시즌을 마친 후 "단기전 능력을 발휘할 감독을 찾겠다"며 고려대 감독이던 양승호 감독을 선임했다. 3년간 '노 피어'를 외치며 화끈한 야구를 부산팬들에 선물한 로이스터 감독을 떠나보내는 결단을 내렸기에 큰 화제가 됐었다. 그렇게 2년여가 흐르는 시점. 롯데는 그야말로 '확' 달라졌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이었다면 한 이닝 2번의 스퀴즈 작전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롯데는 2010년까지 오직 '타격의 팀'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돼왔다. 화끈했다. 세밀한 작전 따위는 필요없었다. 지든 이기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은 화끈한 방망이쇼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즉 단기전 무대에만 나서면 속절 없이 무너졌다. 단기전에서는 1경기를 잡기 위해 없는 작전이라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야구계의 정설. 서로가 서로를 잡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상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모든 전력을 끌어모아 경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그렇게 롯데는 모험을 선택했다. 결과론적인 얘기가 될 수 있다. 양 감독 부임 후 첫 해인 2011 시즌은 과도기였다. 감독도 오랜만에 복귀한 프로무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자신들이 지난 몇 년간 해오던 야구가 아니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의 쓴맛을 봐야했다.
롯데 야구 변화의 원동력, 선수들의 희생 정신
감독의 작전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선수들이 이를 그대로 실행시켜주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스퀴즈 번트는 일반적인 희생 번트와 다르다. 상대 투수와 야수들을 속여야 한다. 타격자세에서 갑자기 번트자세로 바꿔야 한다. 즉, 원하는 코스로 타구를 보내기 더욱 힘들어진다. "번트 연습을 열심히 한 효과가 있었다"는 용덕한의 말처럼 롯데 선수들은 이와 같은 상황을 위해 끊임없는 연습을 해왔다.
프로 선수에게 훈련은 기본이다. 롯데 야구가 이렇게 확 달라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선수들의 희생 정신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지난해는 롯데에 과도기였다. 국내 최고의 타자 이대호가 4번 자리에 버티고 있었다.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 15승을 올려줬다. 웬만한 팀과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 두사람이 떠났다. 만약 롯데 선수들이 '내가 이대호 역할을 할 수 있다', '내가 장원준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생각, 욕심을 냈다면 롯데는 부진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롯데는 달랐다. 홍성흔, 조성환, 김사율 등 투-타 고참들이 "우리의 객관적인 전력이 약해졌다"고 인정했다. "이럴 때 우리가 성적을 낼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똘똘 뭉쳐야 한다. 개인이 희생을 하면 팀 승리는 자연히 따라온다"는 말로 후배들을 다독였다. 올시즌 "롯데의 운명이 달렸다"라고 평가되던 경기들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집중력을 발휘하며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상위권 싸움을 해나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롯데는 치열했던 두산과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3경기 모두 1점차 승부였다. 이길 때도 화끈한, 질 때도 화끈한 롯데 야구가 아니었다. 야수들 뿐 아니다. 올시즌 맹활약하고 있는 불펜 투수들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3연전이 롯데와 두산이 펼친 준플레이오프, 혹은 플레이오프 경기였다고 상상해보자. 만약 롯데가 올시즌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게 된다면 충분히 기대를 걸어봐도 좋은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