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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독이 부임(2009년 9월)한 이후 3시즌 동안 한화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임 첫 시즌(2010년) 최하위였던 한 감독은 2011년 공동 6위로 도약하며 가능성을 엿보여 한때 '야왕'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자 야구판에서는 시즌 중반 이후부터 한 감독이 올시즌을 끝으로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재계약 포기가 아니라 시즌을 불과 1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전격 경질이어서 한화 내부 관계자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 감독의 퇴진 과정에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그 막전막후에 한화 구단의 아마추어적인 일처리가 여실하게 드러난다.
분위기 쇄신용이다?
최근 한화는 극도로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왔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레임덕'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 감독의 임기만료가 뻔한 상태에서 코치와 선수들 사이에서도 감독의 '령(令)'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치와 선수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흉흉한 분위기로 인해 이미 '끈 떨어진' 감독의 권위를 염두에 둘 리가 없었다. 이와 함께 조직력이 크게 흐트러졌고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나타났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여기에 올시즌 초반부터 최하위의 성적이 계속 이어졌으니 팀 분위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자 '비록 성적부진이지만 언제까지 이런 무기력 상태를 방치할 것인가. 이왕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특단의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높아졌다고 한다. 시즌을 불과 1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감독을 경질한다고 딱히 좋아질 것이란 보장이 없는데도 이같은 극약처방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구단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화그룹 정신 '의리와 신용'을 망각했다
한화 구단은 이번에 한 감독을 전격 경질하면서 석연치 않은 오점을 남겼다. 한화그룹의 정신인 '의리와 신용'을 버린 것이다. 한화 구단의 정승진 사장은 지난 7월 초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시즌 중 감독 교체는 없다"고 천명했다. 정 사장은 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 회식 자리에서 "한 감독을 중심으로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며 한 감독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당시 올스타전(7월 21일) 브레이크를 앞두고 감독 교체설이 급부상하자 구단측이 잡음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이에 대해 구단측은 한화그룹의 정신이 '의리와 신용'인 만큼 "한번 일을 맡겼으면 끝까지 의리를 주고자 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개월 만에 임기보장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한화 구단은 이번 경질 과정에서 사실상 한 감독의 뒤통수를 쳤다는 사실이다. 다른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감독도 감독 교체설이 자꾸 불거지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진작부터 내비쳤다고 한다. 그런 한 감독을 감언이설로 붙잡아 놓고는 구단측 입맛대로 코칭스태프를 교체하면서 한 감독의 양팔을 잘라놓은 뒤 결국 뒤통수를 친 모양새를 만든 것이다.
감독 경질 진작부터 준비됐다?
타 구단의 한 관계자는 "장사 한두 번 하나? 그동안 구단이 행한 행태를 되짚어 보면 알 수 있다. 한 감독을 일찌감치 버리기로 작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의 올시즌 성적이 꼬인 것은 외국인 선수 브라이언 배스를 잘못 영입하고나서다. 배스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기대이하였고 막상 시즌이 시작돼서도 어이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배스가 공식 퇴출된 것은 지난 5월 19일이지만 4월 중순부터 교체얘기가 나왔다. 그 사이 한화는 초반부터 최하위 성적으로 떨어졌다. 6월 5일 배스의 대체용병으로 션 헨을 영입했지만 이 역시 함량미달로 1개월 20일 만에 방출됐다. 용병농사 실패로 인해 한화는 187일이나 헛심을 썼고, 성적은 더 추락했다. 용병 영입은 감독 소관이 아니다. 구단 고위층과 운영팀이 맡는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배스의 대체용병으로 션 헨을 낙점하기까지 근 2개월이 소요됐다. 구단의 용병 스카우트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이다. 한 야구인은 "시즌 초반이라 서둘러 용병 대책을 제대로 세웠다면 성적 만회가 가능했다. 하지만 감독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면 용병 영입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면서 "구단이 자신들의 책임으로 돌아올까봐 용병 영입 실패를 빨리 인정하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특히 한화가 그동안 3차례 코칭스태프 보직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구단 측의 입김이 컸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감독의 권한은 일찌감치 외면받은 것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