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감독과 선수 관계를 '사제지간'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선수로부터 존경받는 지도자가 몇 명이나 되는 지 궁금하다. 선수 시절 많은 감독을 직접 경험을 했고, 밖에서 지켜보기도 했지만 애정을 갖고 선수를 대하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다. 몇몇 지도자들에게 선수는 성적을 내기 위해 도구나 소모품에 불과했다. 선수의 마음을 사지 못해 실패했으면서, 성적부진을 선수 탓으로만 돌리는 지도자가 적지 않다.
김 전 사장은 김성근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과 마찬가지로 보통 지도자와는 차원이 다른 야구인다. 냉철한 승부사이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선수를 품을 줄 아는 지도자였다. 감독으로 10번이나 팀을 우승을 이끈 것도 이런 특별함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김 전 사장만큼 다양한 경험을 한 야구인이 또 있을까. 직접 팀을 지휘해 정상에 서기도 했지만 선수단 정체를 뒷바라지 하는 사장으로서 두 차례, 고문자리에 있으면서 한 번 더 우승을 맛봤다. 우리보다 야구역사가 긴 미국, 일본에 김 전 사장같은 다양한 경험을 쌓은 야구인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김 전 사장은 가슴이 따뜻한 야구인이다. 아끼는 선수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숙식을 함께하면서 지도했던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삼성 감독 시절 흥분한 상대팀 외국인 선수가 덕아웃에 난입해 소동을 부릴 때, 앞장서서 막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1999년 선수협 설립을 추진할 때 대다수 감독들은 구단 눈치를 보느라 선수들의 불참을 종용하고 심한 경우 협박까지 했다. 그런데 당시 감독으로 있던 김 전 사장은 "선수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니 제대로 해보라"며 오히려 격려까지 했다.
일부에서 1941년 생(실제로는 1939년 생)인 김 전 사장이 노욕을 부린다고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김 전 사장이 왜 현장에 복귀하고 싶어하는 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라.
언제부터인가 프로야구 감독이 젊어지고 덩달에 수명도 짧아졌다. 이른 나이에 사령탑에 올라 의욕만 앞세우다가 쓸쓸하게 그라운드를 떠나는 지도자가 얼마나 많은가. 많은 이들이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감독이 되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재기불능상태에 빠지곤 한다. 한 번 호되게 실패를 하고 나면 현장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한 게 요즘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감독다운 감독,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찾아보기 점점 더 어려워 졌다. 식견이 짧고 경험이 부족한 지도자가 많다보니 선수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르고, 경기의 질이 떨어졌다. 관중 700만명 시대를 맞아 프로야구의 외형은 커졌으나 전반적인 경기 수준은 오히려 퇴행하는 것 같다. 이런 한심한 상황이 김 전 감독의 현장 복귀 의지를 끌어낸 것 같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이다. 감독과 코치, 감독과 선수가 긴밀한 소통을 통해 더 나은 걸 찾아 내야 한다. 얼핏 70대 감독과 각 팀의 주축인 30세 안팎의 선수는 잘 안 어울리는 조합처럼 보인다. 부자관계를 넘어 할아버지와 손자같은 나이차이가 될 수 있다. 나는 오히려 김 전 사장같은 이가 더 소통을 잘 할 것 같다. 손자같은 선수들을 할아버지의 따뜻한 눈으로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사장은 선수의 능력을 꿰뚫어보고 선수의 능력을 뽑아낼 수 있는 지도자다.
젊은 지도자 위주로 돌아가는 프로야구판에 다양성도 필요하다. 70대 감독은 구닥다리라는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 김 전 사장같은 명장이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휘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





